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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pr 22. 2022

바람부는 사곡 해수욕장

게, 조개, 고둥이 넘실거리는 모래사장

오후 3시 첫째를 기다린다.

아이는 어정어정 걷다가 나를 발견하면 두 팔 벌리고 달려 나온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방을 건네 받은 후 보고 싶었던 마음을 가득 담아(?) 질문을 투하한다.

그리고 둘째를 데리러 간다.

둘째는 엄마를 보자마자 가방에 있는 새로 받은 교구, 동화책, 만들기 작품을 꺼내 자랑을 한다. 그런 후 쌩하니 교문까지 혼자 내달린다. 아이의 뒷모습을 쫓아 나도 내처 달린다.

아이들과 같이 집으로 갈 때도 있지만 근처 공원이나 운동장, 놀이터를 가기도 한다.


오늘은 아침에 미리 챙겨둔 장화, 모래놀이 도구를 들고 사곡해수욕장에 갔다.

거제를 벗어날 때면 꼭 마주하는 반짝이는 작은 앞바다 사곡해수욕장은 간판 또한 소박하다.

사곡해수욕장을 들어가는 길은 꽤 좁다. 왼쪽으로 작은 논들이 겹겹이 붙어 있어 일하시는 분들이라도 계실까 천천히 들어갔다.

주차장은 꽤 길쭉하고 공간도 많았는데 주차된 차가 많았다. 주차장 옆이 바로 도로라서 아이들이 양옆을 잘 보지 않아 지나가는 차때문에 자칫 위험해 보였다. 

해수욕장에는 작은 텐트 하나, 아이 둘과 같이 온 엄마 두분, 그보다 더 작은 아기 둘과 두 부부가 있었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려고 돗자리를 펴는데 모래 바람이 훅 분다.

오늘 날씨가 꽤 더웠지만 이 사곡 바다에는 이를 가려줄 소나무 한그루 없이 땡볕이었고 모래 바람을 막아줄 나무 한그루 없는것이 매우 아쉬웠다. 차에 돌아가서 간식을 먹고 나왔다.

아이들은 장화를 신었지만 장화가 없는 나는 슬리퍼에 바닷물 들어갈새라 조심 조심했다. 장화를 사야겠다.

모래 사장은 그야말로 동글동글 바다생물들이 뱉어놓은 모래 경단이 가득했다.

아주 자그맣게 솟아오른 모래 언덕들이 줄이었고 그 가운데 구멍은 바닷물이 가득하다. 누가 손가락으로 쏙쏙 구멍 뚫은 것처럼 보이는 이 구멍 속에 수많은 게들과 조개들이 자기 삶을 살고 있었다.

슬금슬금 움직이는 게 한마리가 보며 급히 모래삽을 쑥 넣으면 금방은 보이지 않지만 몇 번 더 파다 보면 조그만 게가 꿈틀거렸다. 

구멍이 나있는 모래를 한 삽 뜨면 그 구멍이 커지는 것을 본 아이들은 그게 재미있는지 계속해서 모래를 판다.

나도 곁에서 모래도 파도 바람도 맞고 아이들도 본다.

첫째는 길쭉하고 뾰족한 고둥을 계속 잡았다. 졸졸 가늘게 흐르는 바닷물 속 자갈 틈에 숨어있는 조개도 잇달아 발견한다.

둘째는 모래 파기에 진심이다. 파고 또 파고. 팔수록 깊어지고 채워지는 바닷물 속에서 자기 손바닥만한 게를 발견하자 고함을 친다!

"엄마! 이거! 게 ! 빨리!!"


장화를 신은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첨벙 거리고 질척거리고 동동 거리면서 사방팔방 파고 뛰어다닌다.

나도  여기저기 마른 곳만 찾아 다녔어도 발바닥은 포기였다.

한 시간 정도 놀다보니 5시가 넘은 시각이라 정리하고 나왔다. 

둘째는 게만 데리고 가자고 조른다.

"나중에 오면 게가 더 커 있을거야. 

얘도 자기 집에 가서 밥 먹고 씻고 자야지. 

그래야 다음에 또 보지."


화장실은 손만 씻을 수 있게 되었고 발을 씻을 장소가 없었다. 여름에는 발 씻는 곳을 운영하는 듯 화장실 앞에 공간이 있었으나 지금은 말라있다. 어쩔 수 없이 물티슈로 발을 대충 닦고 아이들 온 몸데 묻은 모래를 조금 덜어내고 차에 탔다.


거제는 살면 살수록 매력이 있다.

집에서 조금만 나와도 이런 장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과 오후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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