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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pr 22. 2022

손가락 빠는 아이

아이들을 재울  나도 같이 잠이 든다. 그렇게 일찍 잠이  날이면 어김없이 2-3시에 눈을 뜬다.

첫째의 손가락 빠는 소리 덕분이다.

자면서 손가락을 빠는 것은 아이의 아주 오래된 버릇이다.

그 흔적은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작은 돌이 지날 쯤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자신의 몸을 알게 되면서 오물조물 빠는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8살이 된 지금까지 손가락에 빠져드는 아이의 모습은 걱정스럽다.

 

4살 쯤에는 잘 때 뿐만 아니라 낮에도 빨았다.

어린이집에 갈 무렵에 볼 때마다 못하게 했더니 점차 안하게 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밤이면 더 심하게 빨았다.

손가락 빠는 아이의 손을 몇 번이나 슬그머니 빼거나 정도가 심할 때는 "그만!"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몇번 반복이 되면 잠결에 짜증을 냈다.

그러면 아이는 손가락을 빼지만 다음날 아침 눈을 떠서 아이를 보면 손가락은 여전히 입에 들어가 있다.

 

손가락을 빠는 모습도 어릴 때 그 모습이다.

깊게 잠이 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가장 편안해 하는 자세로 손가락을 빨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설프게 잠을 자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고 어딘가 불안하여 손가락에 집착하는 것인지 염려가 된다.

둘째 아이는 부드러운 베개나 이불을 쓰다듬는 버릇이 있다. 잘 때는 물론이거니와 유치원에 다녀 오면 베개부터 찾는다. 심할 때는 유치원에 가는 차 안까지 가지고 간다.

조카 아이는 이불이 그렇다. 애착이불을 매일 들고 다닌단다.

저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 행동이 하나씩 있는 것처럼 우리 딸에게도 애착 인형이 있다. 작년에 산 물범 인형을 집에 오면 언제나 자기 옆에 두고 쓰다듬으며 사랑해 준다. 하지만 밤에는 그 녀석보다 자기 손가락이 더 좋은지 인형은 침대 저 끝에 덩그러니 뒹굴고 있고 손가락만 하염없이 빨고 있다.

 

내가 걱정되는 것은 두가지다.

첫째 아이가 깊에 잠이 들지 않아 성장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미 아이는 키가 또래보다 많이 작고 표준 신장에 한참 못 미친다.

둘째 아이의 불안이 손가락 빠는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부쩍 행동이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새롭게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방과후 수업에서 만나는 각기 다른 반 아이들,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 돌봄교실까지.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다가 잠에 들면 그런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입학 전에도 손가락은 빨았다.

 

아침에도 손가락을 빠는 아이를 보며 걱정보다는 짜증이 앞섰다.

상쾌하게 방문을 나서는 아이를 향해 날카롭게 말하니 아이가 얼어 붙는다. 이런 나의 행동이 아이의 버릇을 더 심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속으로 들어가. 나는 하기 싫은데 그냥 그렇게 ."

어쩌면 아이의 말 속에 이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고착된 버릇이라 의지와 상관없이 반사적인 행동으로 자리 잡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좀 더 부드럽게 가져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으로 보내고 나는 공설운동장을 몇 바퀴 걸었다.

공기는 찬데 하늘이  높고 푸르다.

공설운동장을 둘러  벚꽃도 아름답다.

구름이 흘러간다.

어느  하나 제자리에 있지 않는다.

계절도 구름도 아이들도.

손가락 빠는 모습은 이세상 어느 누구도 볼 수 없고 나만 아는 아이의 모습이다.

결국은 흘러갈 것을 알면서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는데...

하교할 때 아이에게 아침에 짜증냈던 것 사과하고 같이 근처 공원에 가서 신나게 놀아야겠다.

밤에 잘 때 손가락 빨 힘조차 남아 있지 않게 신나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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