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도서관가는 재미
아이들과 1-2주마다 도서관에 간다. 3-4년 전 동네에 생긴 시립도서관은 나의 힐링 공간이자 아이들에겐 만화책을 마음껏 골라 볼 수 있는 천국이다.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도서관 가는 것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6시까지 열리는 공공도서관에 아이들 하교 후 같이 가도 항상 환하게 밝다. 주말 빼고 평일 늦은 오후 그 넓고 포근한 도서관은 우리들 차지다. 그것도 마음에 든다. 가끔 둘째가 책을 보다 말고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누나랑 엄마에게 큰소리로 말하는 것이 신경 쓰이긴 해도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조금은 허용적이라 좋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익숙하게 학습 만화가 꽂혀 있는 서가로 가고, 나는 일단 책을 반납한 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고르러 간다. 익숙한 서가 위치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책이 어디 있는지 훤하다.
딸은 나무집 시리즈, 윔피키드 시리즈 등을 거쳐 흔한 남매 각종 시리즈를 섭렵하고 요즘은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시리즈,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시리즈, 짧은 단행본 글밥책과 빈대가족 만화책을 보고 있다.
아들 취향은 대나무 같다. 참 대쪽 같아서 책을 골라주는 것도 편하다. 상어, 문어, 사마귀, 메갈로돈 등의 각 세계관에서 최강자들이 나오는 사전류는 모두 좋아한다. 최강왕 배틀 시리즈 중 곤충, 공룡, 어류 등은 모두 좋아하고 요즘은 요괴 시리즈, 비행기, 종이접기 책, 도그맨 시리즈, 배드가이즈 시리즈 등도 빌려 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누나가 좋아하는 책은 거의 다 좋아하고, 도서관에서 똑같이 책을 빌려와도 누나가 빌려온 책도 보여달라고 애걸복걸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쏙 빨려 들어가 각자의 책을 고르느라 분주할 때면 나는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서가로 간다. 일단 신간도서 칸이 먼저다.
사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가장 좋은 것은
아무도 빌리지 않은 책을 가장 먼저 빌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다.
오래된 책 중에서도 가끔 그런 일이 있지만
특히 신간도서 쪽을 가면
읽고 싶었던 책도 자주 발견하고
누구보다 빨리 빌릴 수 있어 좋다.
이번에도 그 행운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백희자 작가의 알사탕 제조법 책을 발견했다.
알사탕의 후속작으로 네이버 광고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을 처음 보았을 때 동동이가 너무 애틋해서 그림책이나마 아이를 쓸어주었다.
먹으면 듣고 싶었던 누군가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신기한 알사탕.
특히 좋았던 장면은 분홍 풍선껌을 씹은 후 풍선이 둥실 날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면서 펑! 터질 때 들렸던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리운 할머니의 목소리를 읽을 땐 목이 막히고, 눈이 붉어져서 한참을 멈췄던 것 같다. 그런 알사탕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는 그림책이라니!!
책은 신간도서 쪽 여러 알록달록하고 커다란 그림책 사이에 작은 엽서 마냥 끼워져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책을 발견했을 땐 나뭇가지나, 돌 틈 사이에 끼워져 보일랑 말랑 겨우 찾을 수 있던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저마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보면서 잠자코 있던 아이들도 내가 찾은 보물을 보여주니 단번에 보여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내가 먼저였다. 손바닥만 한 책이 가진 힘은 강력했다. 짧은 시간에 마음이 깨끗해지고 소란하고 어수선한 생각들이 착 가라앉았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 책이 아니다.
다 큰 어른 속에 덜 자란 어린이가 들어있는 누구라도 읽어도 좋은 책이다.
아이들이 너무 만화책만 읽는 것 같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신경 쓰는 부분은 아이들이 읽었을 때 너무 힘들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이다.
어른들도 재미있는 책이라야 아이들도 재미있다.
거꾸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누구라도 좋아하는 책일 수 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시리즈 중 디즈니 기묘한 소원 시리즈,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수상한 아파트 외 수상한 **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고 호흡이 빨라져서 멈출 수 없이 한 번에 읽게 된다.
내가 그렇게 재미있게 읽는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먼저 권하고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잠깐 줄거리를 소개하면 아이들은 도서실에 가서 그 책이 있는지 확인하러 간다.
좋은 책은 누가 읽어도 좋다.
다만 좋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해서 도서관에 가는 발품이 많이 든다.
토요일 오후, 아이들은 자기 방에 들어오지 말라면서 둘이 떠들썩하게 잘 놀고 있다. 엄마가 해님 달님 떡집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져서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있는 것도 모른다.
오늘 밤에는 티비볼 욕심에 아이들 빨리 재우지 말고
포근한 목소리로 천천히 책을 읽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