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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May 19. 2024

영어 공부의 목표-통하게 될 것이다

느리지만 꾸준히, 끊어지지 않는 것

일요일 오전 한 주 동안 들었던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복습하면서 문득 든 생각.

나는 도대체 언제쯤 영어 공부를 그만둘 수 있을까?

중학교 1학년 영어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이 나이까지 영어 공부는 계속 진행 중이다.

멈춘 적이 없었다. 올해 나의 목표는 영어를 제대로 말하는 것이다. 사실 매년 목표도 그러했다. 조금씩 모습은 바뀌었지만 대체로 꾸준히 공부하여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항상! 늘! 언제나 목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전히 외국인을 보면 울렁거렸고, 낱말 쓰기도 버벅거리는 때가 많다. 쉬운 문장도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은 현재 내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뭔가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일단 영어 학습 루틴은 이렇다.


1. 6:30~ 아침마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재방송하는 영어 라디오를 듣기

2. 집에 와선 거실에 온 가족 들으라고 음량을 최대한 높여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켜기

 - 7시에서 7시 20분까지 레벨 1 초급 영어(스타트 잉글리시)

 - 7시 20분부터 40분까지 레벨 2 초급 영어 프로그램(이지 잉글리시) : 여기까지는 아이들 아침 준비, 출근 준비하면서 문장도 따라 하면서 듣는다.

 - 이후엔 7시 40분~8시까지 하는 레벨 3 영어 회화 프로그램은 그냥 배경음악처럼 틀어둔다.

3. 위 프로그램 틈틈이 다시 듣기

- 몇 년 전부터 아침마다 듣고 있던 EBS 아침 영어 프로그램을 올해부턴 책도 정기 구독해서 받아 보고, 다시 듣기 프로그램을 수시로 들을 수 있는 정기구독권까지 결제했다.

4. 일주일에 한 번 영어 회화 동아리 활동하기  - 원어민 선생님이 계셔서 그분과 관심 있는 몇몇 선생님들과 주제 말하기를 한다. 더듬더듬 말하느라 요점도 문법도 다 틀리지만 그냥 말한다. 다들 비슷한 수준이라 마음이 편하다.


그밖에 매일 저녁 아이들 공부할 때 옆에서 영어 책을 펴놓고 읽는다. 쓰면서 읽을 때도 있고 다시 듣기 앱을 켜서 그냥 흘려들을 때도 많다. 영어 공부 양이 적은 것은 아닌 듯하다. 중고등학교 열심히 외운 단어들과, 한때 토익 공부를 하면서 외웠던 여러 단어들, 그리고 실낱같이 이어진 공부로 인해 억지로 축적된 단어도 많은 듯하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동생네 가족과 미국 여행을 했을 때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는데도 말할 때마다 의사소통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남편 왈 "영어 공부 많이 하던데......" 뒤에 이어질 말은 생략하는 것이 신상에 좋았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변명할 말은 많다.

우리나라 바깥에 나간 경험도 적고, 앞으로 나갈 일도 없을 텐데.

매일 만나는 사람들도 다 같은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인데 굳이 영어가 유창할 필요가 있을까?

그저 매일 조금씩 공부하는 것으로 나의 만족감을 채워주면서 나는 공부하고 있으니까 안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낫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몇 년간 공부를 하니 별로 달라질 것이 없었던 것이다.


애썼던 적도 많다.

중학교 때부터 영어 라디오 방송을 꾸준히 들었고, 남들이 좋다는 외국 드라마를 보면서 쉐도잉도 해봤다. 토익도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는데 육아휴직 중 800 후반대 점수까지 셀프 공부하면서 도달했다. 영어 교수 지도법 관련 연수도 많이 들었고, 전화영어도 두어 번 했었다. 학습량은 적지 않아 인풋은 많은데 이것을 활용할 아웃풋이 적었다.


최근에 그 아웃풋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들끼리 하는 영어 회화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처음엔 많이 떨렸지만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저 선생님은 참 잘한다. 이 선생님은 별로 못하네.

처음엔 이렇게 비교하는 생각들이나, 내가 할 말만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할 말을 고민하느라 대화의 초점에서 벗어나는 때가 많아 오히려 상대방의 말을 더 주의 깊게 들었더니 이런 비교하는 생각이나 잡생각이 점점 줄어들고, 선생님이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경청하고,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왔다.


어떤 언어든 사람과의 대화이므로, 단어나 문법이 부족하고 유창하지 못해도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결국 뜻은 통하게 되지 않을까?

아마 나의 영어 공부는 올해도, 내년에도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아주 천천히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한 해 두 해 거듭해 가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끊어지지 않게 그렇게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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