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학년 담임이다

by 다시

일 년 중 가장 바쁜 3월이 드디어 시작됐다.

다행히 우리의 3월 첫날은 만세운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1919년 3월 1일 이후 민족의 소중함과 휴일의 소중함을 한꺼번에 기념하는 정말로 뜻깊은!! 날이기에 집에서 쉬어야 한다. 더군다나 올해는 이날이 일요일이라고 다음날까지 대체휴일로 지정되었기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하루 더 집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보통 2월 마지막 주 3일은 새 학년맞이 준비기간인데 이때 학년과 업무가 발표되고, 새로운 동학년과 얼굴을 익힌다. 그전에 먼저 할 일! 아이들 이름이 적힌 종이가 든 반편성 봉투를 뽑는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20명 조금 넘는 아이들의 이름이 아직은 낯설고 어떤 아이인지 고민하며 반을 정하고(1반, 2반~~) 학년 업무(학년 부장 업무 외 학년에서 해야 할 업무를 나눠 맡음)를 정한다.

학년 업무 분장 기록


무탈한 1년 살이를 목표에 두고 학년 특색에 맞는 우리 학년 고유의 교육과정을 고안해야 하는데, 그 며칠 안에 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모여서 시간표, 큰 행사, 학교 분위기, 학생 이야기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두어 번 점심을 같이 먹고, 교과서 정리한다 교육과정 연수 듣는다며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학년 교육과정 준비 시간이 휘리릭 끝나고 이제 각자 교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해야 한다. 이전 교실에 있던 산더미 같은 짐을 옮겨와서 새 교실 알맞은 자리에 집어넣고, 숨겨놓고 그마저도 안되면 버리는 등 정리하는 일이 끝나면 비로소 내 교실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학년 책상보다 성큼 더 큰 책상을 반듯하게 맞추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고 나서야 새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는 올해 같은 학교에 3년째 근무하는 중이고, 원하던 학년으로 배정되었으며, 다행히 작년 동학년이었던 선생님 두 분이 같은 학년으로 또 만나게 되어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새 학년 준비기간 첫날 출근할 때도 평소에 않던 늦장을 부리며 천천히 왔는데, 이미 학교 지하주차장이 만석인 것을 보고도 마음이 급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께서 새로 오신 교감 선생님을 소개해주실 때도,

교무부장님께서 업무 부장과 학년 부장 선생님을 발표할 때도 남일인 듯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는데 내 마음이 뛰기 시작한 것은 우리 아이들 학년 선생님 발표될 때였다. 같은 학교에 다닌다고 엄마가 이리저리 발 벗고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 아이들을 맡아서 가르쳐주실 선생님이 궁금한 것은 학부모로서 당연하지 않은가. 여럿 호명된 선생님들 중 아직 담임 선생님은 누구인지 몰라도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그 학년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 시각 아이들은 집에서 누워 깔깔대며 티브이를 보고 있겠지.)

담임 선생님께서 좁고 작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 넓고 크게 만들어주실지 기대가 되고 설레는 것이리라.

그것은 나 또한 해당되겠다.

아직은 좁고 작은 아이들의 세상을 넓고 크게 만들어 줄 준비가 나는 되었던가?

아이들과 어떤 일 년을 보내야 할 것인지,

무엇을 가르쳐 주고 싶은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나는 깊게 고민하였는가?

나를 만날 아이들도 하루 더 남은 시간 동안 두근거리며 새 학년을 기대하고 있을 텐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을 아이들에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곁에서 제일 먼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업도, 교육과정도, 업무도 아니고 우리 교실에서 만날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이다. 몸은 크지만 이제 고작 십일 년을 살아온 어린이들을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맞아야 할까?

구름이 마음을 닮나?

새 학기 준비기간의 소란이 지나자 나를 바라볼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과연 담임으로서 준비가 되었는가?

초등학교 6번의 담임 선생님 중에서 마지막 6학년 담임 선생님.

나는 6학년 담임이다.

이제야 마음이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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