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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ug 15. 2022

여름방학 바다 탐험(2)

학동 몽돌 해수욕장은 차가워

서울에 비가 많이 와서 침수 피해가 크다는 뉴스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다.

빗물에 자동차가 잠기고 거리에 쏟아진 빗물로 오도 가도 못해 차 위에서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앉아 있는 누군가의 사진과 빗물 속에서 수영을 하는 또 다른 이, 막힌 배수로를 맨손으로 뚫어 의인으로 불리는 사람까지 며칠째 침수로 인한 사건 사고들로 인터넷 창마다 도배되었다.

안타까운 사건 사고로 어수선한 여름이다.


그에 비해 여기 남부 지방은 뭔가 잠잠했다.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 있는데 비가 와서 난리가 난 윗 지방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만큼 거제는 며칠간 폭염이었다. 매우 밀도 높은 습기가 온 집안에 가득했고 선선한 바람은 아침에 잠깐 뿐이었다. 오전 9시만 넘어도 끈적이는 열기와 습도로 불쾌지수가 가파르게 올라갔고 아이들의 날 선 말들은 공기 중에 팽팽해서 물컹한 더위 주머니를 터트릴 것 같았다. 하늘은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으로 시시각각 변화무쌍했고 비는 올랑말랑,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구름 사이로 가려졌던 햇살이 피부로 곧바로 쳐들어와서 노릇노릇 구워질 판이었다.


아무튼 뭔가 거대한 것이 다가올 것 같은 찜찜한 날씨가 며칠동안 계속이었다.

지난주 금요일엔 첫째 방과 후 수업이 1시간뿐이어서 그동안 못 갔던 바다에 갔다.

둘 다 반팔 반바지 래시가드를 입고 물놀이를 했던 터라 그 경계가  너무나 또렷하게 타버렸다.

나갈 때마다 선크림을 구석구석 바르는데도 땀에, 물에 쓸려가는지 아이들의 몸엔 선명하게 여름이 남아있다.

밖에 나가기 싫을 만큼 끈적이는 날이었지만 집안에 앉아 있기엔 아쉬워서 또 꿈지럭거리면서 나가보았다.




이번에 간 바다는 학동 몽돌 해수욕장이다.

거제시 캐릭터 이름이 몽돌이 몽순이인데 바로 몽돌해수욕장의 몽돌에서 따왔다.

정확한 명칭은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

까만 몽돌이 흑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몽돌 굴러가는 소리에 살포시 잠들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바다로 거제의 대표 해수욕장이다. 몽돌해수욕장은 이곳만이 아니라 농소몽돌, 여차몽돌, 망치 몽돌, 함목 몽돌  해수욕장 등 다양한데 이곳이 규모면이나 인지도를 보았을 때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나와 아이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바람의 언덕에 가거나 수국을 보러 갈 때, 드라이브를 갈 때 지나치기만 했지 아이들과 그곳에 내려서 걷거나 물놀이를 한 적은 없었다. 사람들이 항상 북적이기에 그냥 지나치기 바빴다.


이번에 제대로 물놀이를 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더위에 맥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이 작은 가방은 들고 나는 파라솔과 물놀이 용구를 넣은 꾸러미를 들고서 중앙에 있는 계단을 내려갔을 때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선 파라솔을 보자 빈 곳을 찾느라 두눈이 매우 바빴다.

적당한 위치에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파라솔을 놓으려고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셔서 여기에 파라솔을 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셨다. 파라솔 하나 빌리는 것은 만원, 돗자리를 펴는 것은 오천 원이라고 친절히 알려주셨으나..이미 우리에게는 파라솔이 있었기에 굳이 빌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뜨겁게 데워진 공기에 이미 익어서 어디든 앉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그 짐을 다 들고 꾸역 꾸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앞으로 앞으로! 옆으로 길게 늘어선 파라솔의 유혹을 뿌리치고 진짜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깔았다.

빈 자리 찾아 걸어가는 중

다음은 우리 파라솔!

그렇게 꾸물꾸물하게 용오름이 오르던 구름은 어디로 가고 햇볕이 자글자글 타고 있어서 빨리 파라솔을 펴야 우리 아이들 얼굴의 짜증도 물러갈 것 같았다. 옆에 계신 다른 피서객들은 우리처럼 파라솔을 펴거나 커다란 골프 우산이나 양산을 두어 개 펴 놓은 분들도 있었고 원터치 텐트나 작은 타프를 펼친 분도 있었다.  이마저도 없이 돗자리만 펴고 물놀이를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번 여름에 장만한 파라솔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위풍당당하게 우리의 파라솔을 폈다.


일단 자리를 잡고 나니 풍경이 들어왔다.

오전 11시쯤 이었는데 사람들로 북적이는 바다는 무척이나 파랬다.

파란 하늘 만큼이나 파란 바다는 깨끗하고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경쾌했다.

몽돌이 바닷물에 쓸려 나간 것인지 군데군데 비어있는 바닥이 조금 허전해 보이기는 했지만 둥그렇고 커다란 몽돌을 밟을 때 뜨끈했고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새어 나오지 않아 편안했다.


준비 운동을 간단히 하고 아이들과 같이 바다에 들어갔다.

보기보다 바닷물이 너무나 차가웠다.

그렇게 뜨거운 공기에도 바닷물은 전혀 데워지지 않고 계곡물마냥 시원하고 찌릿했다.

자글자글 동그란 몽돌이 아니라 물 속에는 커다랗고 묵직한 돌들이어서 울퉁불퉁하고 사이사이 틈새로 발이 빠지거나 미끄러지기 십상이었다. 또 파도가 계속 들이쳐서 갸냘픈 우리 아이들은 서 있기 힘들어했다.

차라리 앉아서 왔다 갔다 하며 파도타기를 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튜브를 허리에 끼고서 바다로 조금 나와 잠깐 앉아 있으면 파도가 넘어오는 게 보인다.

작은 파도는 그냥 지나쳐 가고 조금 큰 파도는 뒤로 조금 물러 나게 했다. 그러다가 큰 파도가 오면 아이들은 순식간에 해변 밖으로 나가 있었다. 튜브랑 구명조끼를 입고도 아이들은 파도를 이기지 못해서 엄마에게 찰싹 붙어 있으려고만 해서 조금 힘들었다.특히 파도가 갑자기 들이칠 때 아이들이 넘어지고 한 번은 물살에 휩쓸려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기까지 했다.

매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날따라 파도가 심했는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혼자 놀기엔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

나름대로 파도타기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짭짤한 물이나 차가운 물이나 해초가 가득한 물이나 아무튼 물을 좋아한다.

한참을 놀고, 쉬다가 놀고, 먹다가 놀았다.

그러다가 세시, 한낮을 지나 더위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파라솔 아래에서도 햇볕이  너무 더워서 그만 정리를 했다. 재빨리 짐을 챙겨 나와서 아이들과 샤워를 했는데 코인샤워장이었다.

그동안 갔던 해수욕장에서는 어른은 이천원, 아이들은 천 원씩 샤워장 이용료를 받았는데 학동은 뭔가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처음 보는 시스템이어서 당황했지만 금세 훨씬 경제적임을 깨달았다.

온수가 안나오는 샤워장의 특성상 빠른 샤워가 필수였는데 500원짜리 두 개를 넣으면 6분의 시간이 제공되고 끝나기 전 500원을 다시 넣으면 3분이 추가되는 초현대식 샤워장이었다! 재빨리 샤워를 하고 차를 타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뿔싸! 핸드폰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가서 휴대폰을 찾고 난리가 났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차 안에서 발견되어 안도하고 집으로 돌아갔던 두 번째 바다탐험이었다.


오늘 밤 (15일 밤)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빗방울이 거실로 들이닥쳐  밤중에 집안 곳곳에 열린 창문을 닫았다.

윗쪽 지방에 있던 구름이 이제 여기에 늦게 늦게 도착한걸까?

이곳만은 아무런 피해 없이, 아무런 사고 없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그렇더라도 바람은 언제나처럼 지나가고 내일 아침도 건강하게 일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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