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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Apr 02. 2023

커피 한 잔

믹스 커피 옹호자

커피를 좋아한다. 정확히 맥심 모카골드 믹스커피를 뜨겁게 타 먹는 것을 좋아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먹는 커피 맛은 잘 모르겠고 한잔을 다 먹기도 힘들다.

나중에 알았는데 나는 카페인에 민감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그날 밤 잠은 다 잔 거다.

그래서 나만의 커피 음용법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서 믹스 한잔.

퇴근하고 와서 다시 또 한잔.

이렇게 두 잔이면 충분했다.


따뜻하고 달다. 가볍지만 텁텁하다.

다 마시면 아쉽지만 더 먹긴 쓰리다.

예전엔 종이컵에 마셨는데 요즘은 컵에 타서 마신다. 손이 따뜻해져서 좋다.

차가운 커피는 별로다. 커피잔을 감싸면 차가운 내 손을 뎁혀준다.  노곤노곤해져서 좋다.


누군가 말하기를 믹스 커피 한잔을 마시면 평생 배출이 안된다고 한다. 건강에 안 좋아서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 별로 없지 않으냐고 한다.

그럴 것 같다.

사람들은 건강에 있어서는 참 너그럽지 못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건강에 좋은 것들을 찾아 먹고 운동을 한다.

그런 건강 백세 시대에 나처럼 믹스커피를 찾아 먹는 사람은 자기 관리를 안 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두 잔이던 커피를 슬며시 한 잔으로 줄였다.

그랬더니 간식을 더 먹게 됐다.

나는 커피를 먹고 싶은 걸까? 설탕을 먹고 싶은 걸까?  아니면 둘 다 일까.

뭔가 뜨거운 것을 채우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방금 탄 커피가 벌써 바닥이다.

다 마신 줄 알고 놔뒀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모금 정도 남았을 때 아쉽다. 아까워서 먹으면 이내 춥다.


봉지만 찢어서 뜨거운 물에 휘휘 저어 먹는 믹스 커피.

예전엔 커피 둘, 프림 하나, 설탕 둘 이렇게  마시던 엄마 모습도 생각난다.

엄마는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씻지도 않고 저녁 준비를 했다. 일바지에 흙이 잔뜩 묻어 어디 앉지도 못하고 그냥 쭈그려서 끓는 냄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방에 들어와서 편하게 마시면 좋을 텐데 꼭 그렇게 앉아서 마셨다.

엄마가 보는 시선은 냄비나 창 너머 바깥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을 것이다.

혼자라면 그냥 대충 때웠을 저녁이지만 새끼들이 있으니 밥은 차려야겠고 쉬고는 싶은데 바로 쉴 수는 없으니 입이라도 쉬고 싶어서 마시는 커피.


퇴근 후에 마시는 나의 커피도 그렇다.

저녁 준비를 하기 전에  아이들을 씻거나 티브이를 보느라 나를 찾지 않을 때 커피 한 잔 들고 그대로 몸을 접어  앉는다.

아무 생각하지 않는다.

쉬고 싶어서 한 잔 마신다.

아무래도 한 잔은 모자라다.

가끔은 두 잔 마셔도 용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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