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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Jun 26. 2023

우리 동네 맛집

나는 거제에 10년째 살고 있다.

결혼 후 남편 직장이 있는 이곳으로 나도 따라 전근을 왔고 아이를 낳고 살게 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지금 학교는 거제에 온 후 두 번째 학교다. 저번 학교보다 집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어쨌든 같은 동네라서 한동네에서만 돌고 돌아 10년째다. 고향 말고 한 동네에서 10년을 산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10년 전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늘 가는 가게는 여전히 그대로다. 핸드폰으로 쉽게 장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꼭 가서 사는 것들은 가게에서 직접 구매하는데 늘 가던 빵가게, 마트, 문구점은 조금 위치가 변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그대로다.


많이 달라진 점을 꼽자면 식당, 카페가 10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빈 공터였던 곳에 인테리어가 훌륭한 카페들이 들어섰다.

매번 찾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들렀던 곳인데 어느 날 보면 사라진 가게도 많고 원래 있던 식당 자리에 간판만 달라진 채 많은 가게들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바다가 멀지 않은 관광 근처라서 외지 사람들이 찾는 식당들도 많고 근처에 조선소가 있다 보니 먹자골목처럼 고깃집, 횟집, 술집들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에는 사람들 소리로 시끄럽고 자동차 때문에 복잡하다. 그렇게 시끄러운 곳은 애들 챙기느라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어수선해서 안 가게 된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더 가진 않았다. 이후로 외식을 하더라도  남들이 안 가는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만 아는 맛집이 생겼다. 모두 집 근처 조용한 곳이다.


우리 가족 기준 맛집 1. 국숫집

딸이 좋아하는 잔치국수, 아들이 좋아하는 멸치 칼국수를 파는 국숫집은 집에서 5분이면 가는 곳이다.

비 오는 날, 밥 하기 싫은 날, 어디 외출했다가 저녁때 다 되면 들러서 국수 한 그릇씩 먹고 간다.

주인 내외 두 분이서 하는 국숫집은 잔치국수, 칼국수, 김밥 등 메뉴도 단출하다. 맛도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반찬도 정갈하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서 매운 것 못 먹는 우리 아이들에게 딱인 곳이다.


 맛집 2. 생선구이 식당

아파트 놀이터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근처 다른 놀이터에서 주로 논다.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딸은 나랑 같이 줄넘기를 한다. 그렇게 땀 흘리며 놀고 나면 집에 가서 씻고 밥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럴 때 가는 생선구이 식당은 역시나 조용하고 깔끔한 곳이다.

애들이랑 나 셋만 가면 생선구이 정식 2인분, 남편까지 가면 3인분 시켜 먹으면 정말 딱 맞다.

생선은 좋아하지만 요리하기는 버겁다. 생선 비린내가 손에, 코에 배여서 먹기 거북한 때가 많기 때문이다.

누가 구워준 생선만 잘 먹는다.

생선 가시 바르기 신공, 눈알 먹기 특기를 보유한 남편을 닮은 아이들은 생선구이를 너무 좋아한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바삭하고 담백한 생선 살 올려서 한입 크게 먹으면 밥투정 잦은 우리 아들도 밥 한 공기 혼자서 다 먹는다.


맛집 3. 도서관 아래 카페

도서관에서 각자 보고 싶은 책 잔뜩 빌려서 나오면 목도 마르고 책도 더 집중해서 보고 싶을 때가 많다. 딸은 딸기 스무디, 아들은 파란색 유자 스무디, 나는 애들처럼 스무디 먹을 때도 있고 에이드를 먹을 때도 있다.

각자 음료 하나씩 시켜서 책 보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난다. 그 자리 그대로 카페가 몇 년째인데 사장님은 작년에 바뀌었다. 음료 가격도 저렴하고 아이들이랑 같이 온다고 사장님이 사탕, 젤리도 가끔 챙겨 주셔서 아이들은 꾸벅 인사도 잘한다.  갈 때마다 그 너른 카페에 우리들밖에 없어서 또 사장님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카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조금 된다.


한동네에서 10년을 사니 단골집이라는 것도 생기고  신기하다. 서로 얼굴은 알지만 이야기를 걸거나 아는 체 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 생각날 때  언제나 들러도 항상 그곳에 있어 한 끼 아쉬울 때 무작정 갈 수 있는 곳이라 좋다.

나만 아는 맛집,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되어 사장님 부자 되시면 좋겠지만 너무 알려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거제는 지금 수국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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