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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15. 2022

멈추어서거나 우울할 때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발견해보자. 


살아가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감정의 변화들을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약 2년간,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혹여 내가 감염원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도, 지인을 만났던 것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가까이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는 친구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와주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나의 의지나 잘못이 아닌 외부적인 상황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힘든 시기임을 알기에 그 어디에도 '나 이렇게 힘들어. 내 잘못이 아닌데 왜 이런 거야'라고 푸념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그러던 중 어떤 일 때문에 바닥으로 계속 내려갔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떠올려볼 수 있는 정도의 일이지만, 그때는 꽤나 힘든 시간이었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계속 집 안에서 혼자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나의 잘못은 무엇이었을지,

그 사람은 내게 왜 그렇게 했던 것인지,

또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골몰했었다. 글을 쓰고, 생각을 하고,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다 눈물을 뚝, 흘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운동을 시작해봐." 라는 조언과 함께 작은 글 한편을 보내주었다. 

글의 주요 내용은 바로 '기분을 빨리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내 기분을 좋게 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힘들 때 그것을 꺼내어 기분을 바꾸는 것. 


꾸준하게 가던 헬스장은 가지 못하지만, 등산을 시작했다. 자전거를 사고, 친구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며 한 번씩 요가를 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확실히 머리를 비우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등산과 자전거는 내가 조금씩 바뀌도록 해 주었다. 

강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알굴로 바람이 불어오고,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들이 지루하지 않다. 지하철을 타고 갈 때는 멀다고 생각했던 길이 자전거로 30분만 달리면 다른 도시 입구(!)까지 닿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과 점점 단단해지는 허벅지가 느껴질수록 우울한 생각은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친구와 서로 말없이 각자의 자전거를 타지만 누군가 함께 하고 있다는 안정감과 중간중간 멈춰 서서 나눠먹는 초콜릿과 사탕도 좋다. 

또 일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했던가 생각해보았다. 달콤하면서 사각,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입안에 잠시 머물렀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수박을 먹는 것, 생긴 것도 신기한데 새콤달콤하고 씨가 톡톡 씹히는 딸기,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곰국에 끓인 부드럽고 촉촉한 떡국,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마시는 우유 거품이 가득 올라간 카페라떼 같은 것들. 좋아하는 잠옷을 입고 사각거리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거리는 것도 좋아했지, 참. 

그렇게 나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일들과 것들을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찾고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나아질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문밖을 나서기가 아주 힘들다. 친구들을 만나 왁자지껄 수다를 떨고 들어온 뒤 남아있는 공허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친구를 만나는 것도 별 의미 없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해보아야 한다. 그래도 누군가 - 가족이나 친구들, 혹은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라도 - 를 만나야 한다. 

생각해보면 2020년 2월 이후, 혹시나 내가 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할까봐 전전긍긍하던 나를 그 깊은 우울에서 꺼내어 준 것도, 친구들과 함께 갔던 등산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일상의 작은 즐거움들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것.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작은 것들이 2년간 나를 많이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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