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5개월이 넘어 도착한 사과문 ②

by 목동의 밤

2월 말, 학폭위 조치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야 우리는 가해자의 사과문을 받을 수 있었다.

가해자는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조치 이행의 의무가 있으니 지난해 11월 말에 받아야 했던 사과문이었다.


다행히 이 사안에 대해 은호 학교 담당 교사는 자신의 실수였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했다.

지금까지 여러 일을 겪으며 처음으로 받아본 사과였다.

그제야 얼어붙었던 마음이 조금은 녹는 기분이었다.

일이 여기서 끝났으려면 좋았겠지만…

다음날 학교 보안관실을 찾아가 사과문을 받아왔는데 담당 교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과문 잘 받았다고 답하던 중 전날 통화에서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생각났다.


그 사이 가해자들의 소년재판이 있어 우리는 법원에 강준이의 조치 미이행에 따른 엄벌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행정 실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게 됐고 재판이 끝났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이 꽤 난처해졌다.


전날 그에게 학교폭력 담당자로서의 고충도 듣고 여러 이야기를 나눈 터라 선생님도 힘드신 건 알지만 앞으로 이런 실수는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의 실수로 피해자가 사과문을 늦게 받은 데서 그친 게 아니다, 그러니 책임감을 갖고 그 자리에 있어 달라는 부탁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담당 교사: “어머니가 모르고 쓰신 거니 그게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은데요”

은호 엄마: “법적인 문제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실수는 없으셨음 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담당 교사: “어머니, 그 부분과 관련해 법적으로 제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질께요”

은호 엄마: “책임을 지신다구요?”

담당 교사: “네, 책임지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그는 이 말을 끝으로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책임을 진다고?

여러 번 돌아봤지만 6개월이 다되도록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담당자에게 이 정도 말도 할 수 없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던 어제의 그와 법적 책임 운운하며 칼같이 전화를 끊는 오늘의 그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녹았던 마음이 다시 차갑게 얼어붙었다.

화, 금 연재
이전 24화(53) 5개월이 넘어 도착한 사과문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