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 끝

by 닭발공주

지친 하루 끝에 내가 바란 것은 가족의 따듯한 온기였다.

하지만, 내 하루의 끝에는 차게 식어버린 밥통과 냉대였다.


내 힘듦에 대해 누구도 공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인생을 살면서 응당히 겪어야만 할 그런 일이라 치부하며 넘기기 바빴다. 그럼 나는 조용히 방 문을 닫고 들어가 혼자 울다가 지쳐 잠에 들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니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고, 집을 나왔다.


혼자 살게 된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다.

내 아픔에 내가 공감을 해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스스로를 공감하고 위로를 해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것마저 에너지를 빼앗기를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충전을 하고 스스로 힘을 잃었다. 그렇게 나는 망가져가고 있었다.

집에 오면 하루를 힘들게 버텨온 탓인지 무언가를 할 새도 없이 잠에 들어버렸다. 매일 평균 12시간씩 잠을 잤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잠을 줄이고 다른 일을 하고자 했으나,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언제는 잠이 너무 부족해서 미칠 것 같더니, 이제는 너무 많이 자서 미칠 것 같다.

잠을 줄이고 다른 해야할 일을 해야하는 나는 깨어있지만 나를 위해 온전히 주어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일상은 엉망이 되었다. 굶는 건 부지기수였고, 분리수거조차 할 시간이 없어 점점 쓰레기가 쌓여만 갔다. 그 꼴을 보고 있으니 너무 화가 치밀었지만, 내 몸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 수면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 와버린 것이다.

그저 열심히 살면 다 될 거라고, 잘 살 수 있다는 가족들의 말에 정말 하루라도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일을 했고,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했다. 매일매일 나를 채찍질 하며 살아온 결과, 나는 성공한 사람이 아닌 만신창이가 되었다. 만신창이가 된 나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삶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모두를 경계하며 선을 그었고, 그 누구라도 그 선을 조금이라도 밟는 순간 가차없이 공격을 했다. 마치 내가 여태껏 나를 공격한 것처럼 그렇게 나와 내 주변 모두를 공격한다.


이러고 싶지 않으면서도 내 힘듦을 진정으로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서러워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다. 여태껏 들었던 조언들조차 내 상황에서는 어쭙잖은 조언으로 들리고, 나를 걱정하며 하는 그 투정섞인 말들도 더이상 듣기 싫다. 내 귀와 머리가 온통 부정적인 말들로 가득차 긍정회로를 막아버렸다.


그저 자는 것만이 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친 하루 끝에 잠을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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