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의 언어 6

의미 있는 생활은 배우는 생활입니다 -에릭 호퍼

by 경미리

의미 있는 생활은 배우는 생활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몰두해야 해요. 나는 기술 요법이 신앙 치료나 정신 의학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어요.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그 기술 자체는 쓸모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신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말이다.


요즘 화두는 단연코 AI다.

AI가 장악한 세상에서 인간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몰려온다.

내가 쓰는 글조차도 AI로 주문을 하면 훨씬 나은 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에릭 호퍼가 말에 더 공감을 하게 된다.

마트에 가면 이미 다 가공되어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이 많지만 계속 먹다 보면 물려서 직접 만든 음식이 그리워지고는 한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서툴러도 자신이 만든 음식의 맛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


수동적으로 제공받는 삶보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삶을 가져오는 것에 자부심이 따라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요즘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를 만나서 미리 포기하는 삶으로 무기력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그 작업을 할 때에는 오롯이 나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팅팅거리며 삐끗거리는 기타 치기도 나만의 기쁨이 되곤 한다.

만족한 색감이 나와서 혼자 흐뭇하게 웃는 유화 그리기도 나에게는 하나의 힐링요소이다.

절대적 기준에 하나같이 모자라지만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중요한 것들이다.


악기를 다루는 재능은 1도 없는 나로서는 기타로 간단한 동요를 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거의 1000%의 만족감을 느낀다.

에릭 호퍼의 말이 맞다.

피아니스트가 치는 화려한 연주보다 나의 더디지만 순박한 기타 연주가 더 빛이 나고 깊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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