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진정제 11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바스콘셀루스

by 경미리

그냥 서러운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읽은 라임오렌지나무는 주인공 제제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제제처럼 집안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 있었다.

사실 객관적인 사실만 따지고 보면 제제처럼 가족에게 얻어맞거나 욕을 듣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딸로 태어나서 오빠에게 양보를 강요받고 홀대를 당하는 상황에 많이 서러웠다.

예전 TV드라마 '아들과 딸'정도의 차별은 아니지만 소소한 것에 구분을 지어 마음을 속상하게 했다.

조금 맹랑한 아이였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대들면서 지나갈 마음의 응어리였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너무 여린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약간의 거울치료가 되면서 위로가 많이 되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도 있구나....

정말 불쌍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제에게 위안을 주던 뽀르뚜가아저씨의 존재가 너무 부러웠다.

살아가면서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주고 이해해 주는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어릴 적에 크게 보였던 상처가 어른이 되면서 많이 희석이 되었다.

그냥 무덤덤해진 상태가 편안하기도 하지만 감수성이 만렙을 찍어 괴로웠던 그 시절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그 시절에는 신체 모든 감각기관이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에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시간에는 슬픔과 우울이 블랜딩 되어 있지만 미세하게 느꼈던 그 감각이 살아있는 느낌을 더 받게 했던 것 같다.


아주 나쁘고 아주 좋은 양극단이 아닌 평범한 지금에 만족을 하면서 약간은 불안했던 과거의 나를 기억해 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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