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진정제 13

타샤의 정원

by 경미리

언젠가 지인의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농사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유는 고구마 줄기와 같이 딸려 나온 커다란 애벌레에 혼비백산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농사와는 거리가 먼 환경에 자란 티가 너무 나서 호들갑을 떤 것이 너무 민망했다.

바퀴벌레가 나오면 어떻게 죽일까 주변을 살피는 무덤덤한 성질의 나로서도 큰 애벌레를 보고는 온몸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소름이 동시에 들면서 공포가 극대화되었다.


나처럼 흙에서 나온 아이들에게 쫄보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연을 즐길 수가 없는 것인가?

애벌레에게 항복선언을 한 후 나무에서 뭘 따는 것은 하는 데 흙을 파는 행위는 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가까이서 보는 자연보다 멀리서 보는 자연이 나에게는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에 항공사 잡지를 보는데 첫 표지부터 아름다운 사진에 매혹이 되었다.

타샤의 정원을 테마로 꽤 많은 분량을 담고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뿐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살았던 타샤라는 인물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다큐 영화도 있었고 그녀가 쓴 동화도 있었다.

타샤시리즈로 책도 나와 있었다.

타샤는 자기만의 왕국을 아주 검소하고 진실되게 만들어 살고 있었다.

옷도 생활양식도 20세기가 아닌 19세기에 사는 동화 속 모습이었다.


그 아름다운 정원을 손수 가꾸어 온 그녀를 보면서 나와는 반대로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그녀의 꽃들과 집안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안락감을 느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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