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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Feb 19. 2023

무직상태가 되었습니다.

직업이 없는 나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요?

나의 20대를 소개하자면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초등학생 돌봄 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4년간 근무했다. 퇴사 후 1년 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며 요양원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데이케어센터에서 2년의 경력을 쌓고 요양원에 입사하였으나 센터 사정에 의해 3개월 뒤 권고사직을 통보받았고 그렇게 나는 무직상태가 되었다.


처음 해고를 통보받았을 땐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 말을 꺼내기까지 센터장님과 대표님이 얼마나 고민을 하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 길이 있고, 견딜 수 있는 시련만큼만 준다는 말을 믿었다. 나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고 어디서든 잘할 것이라는 스스로의 믿음도 한 몫했다. 하지만 퇴사 후 혼자 만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나에게 사회복지사라는 길이 맞는 것인가?'

'나의 역량이 부족했나?'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사회복지가 아니라면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나?'


나의 20대는 오직 사회복지사라는 직업만 생각하고 걸어왔다. 만났던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좋았다. 내가 계획한 프로그램을 즐겁게 진행하는 것도 좋았고, 가끔 생각도 못한 따뜻한 눈빛과 감사의 표현을 받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지며 이 길이 나의 길임을 확신했다. (실제로 사주를 보면 나는 따뜻한 집을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며 품어주는 사주라고 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센터장님의 말 한마디에 백수가 되어버리니까 지금까지 지나온 나의 인생이 허무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절대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나는 나에게서 잘못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런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학생이에요? 아니면 무슨 일 하세요?"

말문이 턱- 막혔지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백수예요~ 집에서 취업준비하고 있어요."


그 질문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떼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직업이 없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정해진 틀에서 주어진 업무만 하며 열심히 살아온 나였지만 밖으로 나와보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곳에 취업해 다시 주어진 업무만 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취업을 하면 지금의 고민은 잠시 해결되겠지만 언젠가 퇴사를 하면 또 시작될 고민일 테니까.

나는 고민이 생겨서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는 수영 가기, 둘째는 서점가기.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다가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원씽'


책을 읽고 나의 인생 최종 목표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꿈은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 나에게 케어받으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눠보았다.


1. Where?

-시설이 깨끗하고 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요양원

2. Who?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는 케어자

-따뜻함, 즐거움, 긍정적, 배움, 자신감, 열정, 행복, 자부심, 전문가, 책임감

3. How?

-다양한 활동, 배움, 프로그램


1-1. 시설이 깨끗하고 도심에 위치한 요양원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단 하나는?

: 경제적 자유 -> 머니 파이프라인 만들기

2-1. 따뜻하고 긍정적이며 즐겁게 일하는 전문가에게 케어받기 위한 단 하나는?

: 인재 양성 ->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 및 퍼스널브랜딩 배우기

3-1. 다양한 활동과 배움이 있는 프로그램을 위한 단 하나는?

: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인지, 미술, 여가정서, 사회적응훈련 등) -> 활동지 만들기


이렇게 내 꿈을 떠올리고 이루기 위해 필요한 단 하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머니 파이프라인 만들기-> 소득 만들기-> 취업하기, 사업하기

퍼스널브랜딩 배우기-> 유튜브 영상 보기, 글쓰기, 실행하기

활동지 만들기-> 어르신 활동지 만들어서 공유하기


2020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블로그에 어르신 활동지를 무료로 공유하고 있었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나의 수업자료로 어르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한 활동이었다. 어느새 이웃은 1,000명이 넘어갔고 (현재 약 1,960명) 가끔 네이버 애드포스트 수익으로 5만 원씩 통장에 들어왔다. 또 활동지 하는 영상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구독자 약 840명) 네이버 카페(회원수 약 1,750명)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어르신 활동지를 올리고 서로 활동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직업은 없지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수영을 다니고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요청하는 어르신 프로그램 자료를 만들어 공유했다. 나름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문득 '머니 파이프라인-활동지-퍼스널브랜딩을 연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 활동지를 판매하는 사업을 해보자!'

 

내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브랜드로 활동지를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면 어떨까? 누가 시켜서 하는 일 말고 내가 스스로 나만의 업을 만들어 일을 하고 싶다. 무직상태의 나를 탓하거나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말자. 회사의 명함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자!

20대를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월급이 들어오는 안정적인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에 미련 없이 도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망설여지기도 했다.


<나와 대화하기>

"사업을 망설이는 이유는 뭐야?"

"실패할까 봐 두려워."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

"돈을 못 벌겠지.."

"돈을 못 벌면 어떻게 되는데?"

"다시 취업해야지.."

"취업하면 되잖아!"


활동지를 판매하는 사업에 있어서는 투자금이 없기 때문에 돈을 잃는 것보다 벌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면 되는 거였다. 나에게는 지금까지 쌓아온 사회복지사로서의 경력이 있었다.

성공의 기준을 돈으로 생각하지 말자. 돈보다 나에게 있어 더 중요한 가치를 찾자. 도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고,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 '도전', '어르신', '도움' 세 가지 키워드가 나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무직 상태에서 나만의 업을 만들어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하려고 한다. 이러한 다짐을 하고 최근에 또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 하세요?"

그때 나는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어르신 활동지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직상태가 아니다.

나는 이야기가 있는 어르신 활동지를 만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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