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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하늘 Mar 21. 2024

사랑하는 두 아들

사랑하는 두 아들 두아들에게 전하는 인생 선배의 조언

나의 두 아들! 아직은 어린 나이라 엄마, 아빠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하구나. 최근 들어서는 엄마, 아빠만 밖에 나가 일도 보고 데이트도 한번 할 수 있도록 둘이서 집에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컸구나!’ 하는 생각과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따라다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같이 들기도 한단다. 너희의 아빠로서 ‘잘하고 있나?’ 혹은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줘야 할 텐데?’ 하는 걱정과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아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한단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느낀다. 엄마와 결혼하고 너희를 낳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50이 가까이 되어 가고 있구나. 아빠도 부족한 인간이지만 너희에게 인생 선배로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구나.


첫째, 내비게이션이 아닌 독도법(지도 읽는 법)을 익혀라.

 

예전에는 지도와 이정표, 그리고 자신의 감을 최대한 살려 목적지에 찾아갔지만, 요즘은 내비게이션에 상호와 주소를 입력하고 찾아간다. 점점 정교해지고 실수가 없도록 기계가 도와준 덕분이다. 세상이 편해진 만큼 사람들은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몸은 점점 기계의 노예가 되고, 멍청이가 되어간다. 너희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 사람의 선택과 판단보다는 AI를 기반으로 한 기계와 장비들이 삶을 더욱더 윤택하고 편하게 해 줄 것이다. ‘편한 것이 있는데 왜 어려운 것을 하냐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너희들에게 독도법을 알려주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독도법은 군대 전술에 나오는 이야기다. 예전 아빠가 군 생활을 할 때 등고선(높이가 같은 지점을 연결한 선)이 나온 지도 한 장에 출발과 도착점을 표시하고 10킬로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찾아갔다. 나침판이 없는 상태에서 나무가 자라는 방향, 나이테 모양을 보고 가기도 하고 등고선과 와지선(밭이나 논 같은 개활지와 산의 최 하단부가 만나는 선을 연결한 선)을 보며 최단 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계절마다 별자리의 위치와 바람의 방향도 함께 읽어야 한다. 또한 전쟁 상황의 경우 적으로부터 최대한 은폐, 엄폐를 하고 발각되지 않기 위해 기도비닉(조용히 안 들키고 움직인다)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너희가 군대에 가면 다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지리에 대해 많이 알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는 울산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는 어디며?, 전국적으로 고속도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각 지역의 위치와 자연환경, 특산물, 지역축제, 문화유산, 역사적인 사건들, 유명인 등 이런 모든 것이 알아두면 공부가 되고 도움이 된다. 


재작년 서산에 살 때까지만 해도 서산을 비롯 당진, 예산, 홍성, 아산 등 주변을 주말이면 도시락을 싸서 소풍을 다니곤 했다. 목적지는 너희들이 싫어할 만한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백야 김좌진 장군 기념관, 만해 한용운 선생 기념관, 추사 김정희 기념관, 정순왕후 생가, 서산 해미읍성과 간월도, 아산 공세리 성당, 김대건 신부의 당진 솔뫼 성지, 예산 수덕사와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마애삼존불 등 유적지를 많이 다니곤 했지! 근, 현대사적으로 유명한 분들과 유명한 곳이 아주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울산으로 이사를 와서는 경북의 안동, 경주는 물론 부산, 울산, 경남의 유명한 곳을 주말이면 찾아가는 이유도 모두 너희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서다. 기계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가정했을 때 너희는 암흑천지에서 헤매지 말고,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둘째. 성체가 되어라.

 

이번 여름휴가 때 ‘우리 가족의 케렌시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빠! 땅바닥에 떨어진 밤송이와 감이 귀여워요!”

“응. 그래! 사람이든 동, 식물이든 경쟁하면서 낙오되거나 무리에서 이탈한단다”

“무슨 말이에요?”

“응 강자에게 밀리면 성체가 되지 못하고, 중간 과정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거름이 된단다.!

도유(큰아들)가 나무의 열매라면 중간에 떨어지고 싶어? 아니면 끝까지 남아서 나중에 맛있는 밤과 감이 되고 싶어?”

“음. 음. 저는 끝까지 남아서 아주 큰 밤과 감이 되고 싶어요!”


이야기를 끝내고 혼자 생각했다. 초등학교 5학년에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했나? 반문이 들고 괜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크면 그때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고, 살면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순간을 참고 견뎌 멋진 성체가 되길 바란다.

 

셋째,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마주 보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라.


栗枾相見靑葉濃 (율시상견청엽농) 밤나무와 감나무는 서로 마주 보며 푸른 잎이 짙어지듯

兄弟同望友愛厚 (형제동망우애후) 형제끼리 같은 곳을 바라보며 우애가 두터워지길

이 글귀는 최근 아빠가 쓴 책에도 나온 글이다. 아빠는 형제가 없어 너희를 보면 부럽다. 너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싸우고 장난치고,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듯하구나. 

아빠의 고향이자 너희들의 놀이터인 그곳 마당에는 수백 년이 넘은 밤나무와 감나무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함께 집을 바라보며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항상 같은 자리에서 서로 의지하는 것처럼 너희도 의좋은 형제가 되길 바란다. 북풍이 불면 밤나무가 막아주고, 남풍이 불면 감나무가 막고, 동풍이 불면 두 나무가 함께 집을 막아주듯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라. 세월이 흘러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아도 자주 만나고, 아빠가 보고 싶거나 힘이 들면 너희와 추억이 있는 이곳으로 찾아와 하늘을 바라보길 바란다. 여름에는 너희의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고 복잡했던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바람이 되고, 겨울에는 움츠린 어깨를 펴게 만드는 따뜻한 햇볕이 되어주고 싶구나.


“사랑한다.! 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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