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전히 사랑하는 방법
작년 겨울에 공구가 열렸다.
종현이 자주 입던 후디 세트
팬들이 일명 ‘쫑민수’(종현+손민수)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단종된 제품이었다. 시티브리즈에서 한 팬의 문의로
재생산을 통해 공구를 두 번이나 도와주었다.
그가 떠난 후로 꽤 많은 물리적인 것들에 집착했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공식 굿즈에 앨범들
줄어드는 종현이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
기회가 되는대로 그리움과 애정을 눈에 보이게 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내신 시험과 그의 마지막 솔로 콘서트 사이에서 갈등했던 나를 한참 원망했으니
이전에는 생각도 없던 생일 카페에도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 하는 게 속상했고, 이미 있는 앨범도 재판매 소식이 오류였을 때는 화가 났다.
조금이라도 닿는 것이 절실했다.
3년 간 매일 하던 라디오에서도,
공항에서도,
연말 무대 출근길에도 입고 등장했던 옷
따뜻하고 포근해 보여 잘 어울렸던 옷
외출이지만 편안함이 필요할 때에 입던 옷
끝없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쉬운 사랑이니
‘자주 입을까’보다는 ‘두 벌을 살까’가 먼저 나왔다.
오래 입어 닳고 나면 나는 또 어떡하지 걱정했고
아낄 방법을 고민했다.
전에 샀던 종현이가 좋아하던 향의 룸 스프레이도,
이 옷도
꼭 그리움을 채우려 욱여넣는 연료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간혹 등장해주는 물건들을 잡아
내 곁에 두면서
기를 쓰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이 나아질까 하고.
그래서 온통 내 사고를 지배하는 게 아니라
내가 기억하려 애써야만 문득 생각나는 존재가 될까 하고.
덕분에 따뜻한 겨울이 될 거라고 주문처럼 외웠지만
사실은 아직 그렇지만은 못했다
그로부터 또 한 번 계절이 돌았다.
추위가 다가와 후디를 다시 입고 나니 알겠더라
조금 더 나아졌다는 걸
그리고 노력하며 점차 나아질 거라는 것도
공구를 위해 만들어졌던 오픈채팅 방에서는
따뜻한 말들이 오갔었다.
같은 사람을 사랑했고 그래서 비슷한 아픔을 겪었고
여전히 함께 그리워하고 있는 이들이 모여서
같은 옷을 입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마주치면 반가워하기로 했다는 것이
곱씹어보니 참 따뜻해서,
그리고 든든해서
다시 찾아가 보았다.
작년보다 겨울을 잘 맞이하고 있다.
분명 12월이 다가오고
두려운 날짜가 있고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는 건 사실이지만
당신이 말한 따뜻한 겨울을 따뜻한 겨울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포근한 감촉을 더 느끼면서 입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