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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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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희 Jul 02. 2021

대파김치 나눔하는 '키'는 왜 이모가 되었나

실화야...? 샤이니 키, 파테크로 뉴스 탈 만큼 나혼자 야무지게 산다


파테크 - 레몬딜버터 - 참치타다끼

범상치 않은 출연자가 나타났다


 지난 4월 15일 MBC 뉴스투데이에 샤이니의 키가 나왔다. 나쁜 거 말고 ‘파테크’ 자료화면으로 말이다.

정확히는 지난 3월 ‘나혼자 산다’ 방송 중, 집에 있는 미니 텃밭에서 파와 허브를 키우는 모습이었다. 나혼산을 아침 뉴스에 나오게 한 장본인, 키는 <나혼자산다>에서 아주 트렌디한 혼자 라이프를 보여주는 중이다. 텃밭에는 직접 키워 먹는 대파와 허브가 있고, 집 구조로는 <구해줘 홈즈>에 집만 나와도 주목받을 법한 ‘방 안에 방 안에 방’이 있었다.

 키는 주목하게 하는 뭔가가 있는 아이템을 자꾸 보여주었다. 레몬 딜 버터, 대파김치, 그리고 참치타다끼. 가지고 나온 메뉴들이 대표적으로 그 개성을 상징해줬다.



 키는 두 번째 출연이었던 398회, 3월 출연 때 심었던 허브 중 하나인 딜을 수확해 레몬딜버터를 대량으로 만들고 스튜디오에서 패널들에게 선물했다. 또 파값의 하락으로 파테크는 실패했지만, 테라스에 넓게 판을 깔고 대파김치를 김장 스케일로 만든다. 두 메뉴 모두 생소한데 궁금하다. 그런 메뉴를 알아와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척척 만들어낸다. 이어서 같은 샤이니 멤버 태민의 집에 가서 만드는 참치 타다끼도 비슷했다. VCR로 함께 보던 이지훈이 외친 “다음에 한 번 할 때 불러주시면 안 돼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음식이에요!”는 꽤 진심처럼 보였고 또 공감됐다.

 집의 구조부터 요리하는 메뉴들까지, 키가 채우는 화면에는 궁금하고, 특이하고, 개성적인 것들이 등장했고 그 모습들이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나혼자 되게 재밌게 사는 것 같은 키는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눔’이라는 REFRESH

‘직접’이라는 정성이 향한 곳들     


 그러니까 키는 똑똑했다. 사람들이 좀처럼 본 적 없는 장면들을 가지고 오되, 개성 있는 특유의 캐릭터와 잘 연결하며 등장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신선한 소재들을 ‘나눔‘이라는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풀어냈다는 거다. 키는 정성껏 요리한 메뉴들을 모두 선물했다. 자신의 혼자 라이프를 통해 보는 이들도 현실 속에서 실천할 만한, 소소하고도 선한 따뜻함을 재현한 것이다.



 먼저 태민의 집에 요리하러 간 이유는 동생의 입대 전 좋은 음식을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했다. 두 사람이 ‘새삼스럽게 왜’라는 기색 없이 서로를 챙기고 받는 모습, 10년 전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돌아보게 했다.

 더불어 나혼산 회원들에게 나눠준 레몬딜버터도 있지만, 스케일 큰 작업이었던 ‘대파김치’가 향한 목적지는 더 뇌리에 박혔다. 정성껏 담긴 김치는 쪽지와 함께 윗집, 옆집, 아랫집 문 앞에 놓였고, 이웃들에게 답례 쪽지와 음식들이 돌아온 장면도 그려졌다.



 문고리에 낯선 쇼핑백이 걸려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던 시기가 이 장면을 보며 다시 떠올랐다. 이웃들과 싸우지 않으면 다행인 현대사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모습이었다. ‘이렇게 이웃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거구나’ 싶었다고 말한 키는, 잊고 있던 이웃 사이의 정이 어렵지 않게 다시 시작될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매력 있는 소재를 자신의 집 곳곳에 끌어옴과 동시에 그것을 통해 주변 사람을 정성스레 챙기는 장면들이 참 보기 좋았다. 특이한 메뉴라서 키우고 요리한 게 아니라, 선물하고 싶은 대상과 이유가 제각각 구체적이었다. 가만히 관조하며 화면을 바라보기보단 ‘나도 해볼까’ 싶은, 긍정적인 에너지로의 환기를 불러일으켜주었다. 오랜만에 보는 재미도, 감동도 있는 신선한 출연자였다.






키는 왜 이모가 되었을까

31살 남자에 대한 ‘이모’라는 프레이밍     


 약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모’라는 자막이 스물 한 번이나 등장했다. 말할 때, 크림을 바를 때, 요리를 할 때, 새 옷을 입을 때, 친구의 집을 구경할 때까지 시도 때도 없이 붙은 수식어였다.

 부지런히 움직여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첫 출연 때 키는 ‘도시농부’, ‘요섹남’, ‘키주부’에, 태연과 ‘현실남매’, 반려견들의 ‘키아빠’로 다양하게 호명되었다. 그런데 두 번째 출연만에, 이 별명들은 공중분해되고 유튜브 클립의 썸네일까지도 모두 ‘키이모’가 장악했다. 정말로 “아유 지겨와~”를 외치는 키의 말투 때문일까? 자주 출연하기 시작한 키에게 나혼산은 왜 ‘이모’라는 호칭을 부여했을까.



“남자가 이렇게 하는 건 처음 봐요”

“이 그림 자체를 오랜만에 보는데 이걸 키가 하고 있어 지금!”


 대파김치를 하는 키를 본 두 남자 패널의 멘트이다. 부지런히 새로운 일을 보여주는 키의 영상에는 회원들이 놀라움을 표현하는 장면이 계속 등장했고, 자막을 통해서도 키의 ‘독특함’이 반복해서 강조되었다. 분명 30대, 남자, 아이돌이 평범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신기하고 희귀하다’는 점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특별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모’라는 호칭과 함께 키의 행동에는 자꾸만 ‘유별나다’, ‘유난스럽다’라는 색깔이 붙어 강조되었다. 자신에게 맞는 하루를 알차게 꾸리는 것은 어쩌면 연령과 나이에 상관없이 당연한 일이기도 한데 말이다.

 맞지 않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전형적으로 기대된 모습이 있었다는 뜻이다. 31살 남자 아이돌 키에게는 어떤 재현이 기대되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모’라는 이름은 사회에서 어떤 전형적인 이미지로 연상되고 있던 걸까. 시청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비교적 더욱 무방비한 자세로 본다. <나혼자산다>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이모 같다’프레임을 생산할 때,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석하며 젠더와 연령에 대한 제약과 한계를 무의식적으로 설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키에게 붙은 이모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이해될수록 이를 경계하게 되는 이유이다.     


 방송에서 캐릭터를 부여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세심할 필요가 있었다. 젠더의식으로부터 무감한 표현인 ‘이모의 남발보다는 ‘키셰프’, ‘도시농부’, ‘살림꾼 전문성에 포인트를 두는 별명부터 대안이   있지 않을까? 또는 Key 선천적(?) 별명인 ‘만능열쇠라는 선택지도 있다. 키는 성별과 나이나 이미지에 맞지 않는 유별난 사람이 아니라, 해야  일들을 개성 있게  해내는 사람이었다. 사회  프레임을 재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찰떡같은 별명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별명은 없는  맞다.  ‘로만 불릴  있을 만큼 특별하다는 뜻이니 말이다.

 익숙해 보이는 요리 실력, 자신의 감정을 뚜렷하고 풍부하게 말하는 표현력. 그리고 집안도, 자기 자신도, 인간관계도 열심히 가꾸는 것이 그의 일상일 뿐이었다. 미디어에서 ‘현실적인’, ‘리얼한’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늘어진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 전형적으로 범람하던 사이, 그런 키의 특별함이 긍정적이어서 반갑게 다가온 것이다. ‘이모’라는 호칭으로 키를 정의하려는 시도는 그 특별함을 자체적으로 가둬버리는 일이다.




나만의 일상을 꾸려가는 법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나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됐어요.
할 것도 많고, 할 일도 많고 그렇다고 안 할 순 없고.
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 저는 배워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나혼자 산다가 탄생할 때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당당한 1인 가구의 싱글라이프를 그리며 공감대를, 진솔한 모습을, 삶의 노하우를,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키는 그렇게 나혼자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준 알맞은 출연자이다.

 키는 ‘이모’라는 수식어에 자신이 너무 독특하냐고 묻는 대신, 일상을 가꾸는 노하우를 자랑스러워하며 설명했다. 스스로에게도 예쁘고 맛있는 걸 대접해줄 필요가 있다거나, 집 안에서도 옷을 갈아입어 기분 전환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담아 만든 방이 자신을 위로해준다는 말을 했다. 더불어 주변인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챙기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독특한 소재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눈길을 끈 후, 건강하고 개성 있게 자신의 고유한 삶을 꾸미는 키는 시청자에게도 눈앞의 소소한 일상을 즐겁게 소중히 가꿀 동기를, 담백한 힐링을 불러주었다.

 나혼산이 이 특별한 출연자를 나이와 성별에 맞지 않는 유별난 사람으로, 이모라는 호칭으로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키가 보여준 긍정적인 영향력에 제약을 걸지 않고, 자기답게 삶을 꾸며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많이 비춰주면 좋겠다. 키의 ‘키다워서’ 좋은 혼자라이프가 계속해서 여러 사람의 일상에 긍정적인 공감과 탄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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