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은 IQ가 아니다
인간은 뇌가 없으면 의식도 없고 의식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뇌다’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왔다.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간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의 자아와 의식, 생각과 사고, 사랑과 증오, 행복과 불행 등 인간 삶의 거의 모든 것이 뇌에서 이루어지거나 관련된다. 뇌가 없으면 결국 우리도 없다.
지능의 진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우선 여기서는 지능이 무엇인지 정의를 하고 넘어가려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지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IQ’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Q는 인간의 지적능력을 측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무리가 있다. 지능과 지능지수는 다르다. 아인슈타인의 IQ가 200쯤 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기마릴린 사번트(Marilyn vos Savant)는 IQ 228로 지능지수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으며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그 후 기네스북은 IQ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관련 기록을 더 이상 올리지 않는다. IQ는 인간의 전반적인 지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편 IQ는 지능을 측정하는 숫자이지만 인간에게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지능은 인간뿐만 아니라 고등동물에서 하등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미생물도 지능이 있다. IQ와 지능에 대해서는 뒤에서 폭 넓고 깊이 있게 다룰 것이다.
지능은 문제해결능력이다
지능의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여기서는 잠정적으로 지능을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의사결정을 한다. 의사결정은 인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찰스 다윈은 자신의 저서『식물의 운동능력』(The Power of Movement in Plants)에서 “식물의 어린뿌리는 하등동물의 뇌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라고 말했다. 뒤에서 다루어지는데 심지어는 단세포생물도 의사결정을 한다. 식물은 단세포 생물보다 더 좋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식물은 햇빛이나 특정한 화학물질(영양분) 쪽으로 몸을 돌리거나 그쪽으로 움직여가는 주화성·주광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도 의사결정을 한 것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식물은 살려고 환경변화에 대응한다. 지능을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식물도 지능을 가졌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하여 빛을 감지해 내는 촉각, 유기화합물을 찾아내는 후각 등 다양한 감각기능도 가지고 있다. 식물은 무감각한 생물이 아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식물도 인간처럼 대화를 하고 적이 나타나면 경고음을 울리기까지 한다. 이렇게 무언가를 하는 결정은 지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물론 식물의 지능은 인간과는 아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능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우리 인간은 수학문제도 풀고 과학도 하지 않는가? 수학문제를 푸는 것도 문제를 푸는 것이다. 과학을 탐구하는 것도 우주와 생명에 대한 의문 즉 문제를 푸는 것이다. 단지 인간만이 그런 문제를 풀지만 그 본질은 같다. 앞으로 지능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면서 상세하게 문제해결능력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설명할 것이다. 여기서는 개미의 문제 ‘풀이’ 능력 하나만 더 소개한다.
개미의 문제해결능력은 식물보다는 훨씬 더 높다. 2020년 발표된 개미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그것을 보여준다. 개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곳곳에 함정을 파 놓았다. 이 함정에서 빠져나가는 단 하나의 방법은 숨겨진 작은 다리이다. 처음에는 개미들은 모두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 그러나 두 번째 시도에서 개미들은 구덩이를 모두 피하고 다리를 이용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개미 같은 작은 미물이 함정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아내고(문제해결능력) 그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 마리의 개미도 문제해결능력이 있지만 집단이나 공동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여러 개체들에 의한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도 비슷하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하여 생기는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집단지성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개미 사회와 인간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개미사회는 여왕벌이 통치자로 하는 전제군주제이다. 일개미는 일만한다. 개미는 농사도 짓는다. 나뭇잎을 물어다가 버섯을 재배하는 개미종도 있다. 전쟁도 한다. 이웃 개미집단이 쳐들어오면 인간으로 치면 군인인 병정개미가 전투를 한다. 개미의 뇌는 좁쌀보다도 작은데도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를 잘 유지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인간사회처럼 게으른 자들이 있다. 어떤 개미집단이든 25% 정도는 빈둥대며 논다. 그냥 노는 것도 아니다. 일하는 개미들이 지치면 대신 일을 한다. 인간처럼 늘 게으르고 빈둥거리는 경우는 없는 셈이다.
개미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번성하는 종족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개미의 숫자를 합치면 2경에 달한다니 대단한 생존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개미 사회의 조직력이 근간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노는 개미마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효율적 대비라는 이번 연구 결과는 놀랍기 그지없다. 개미 같은 미물도 개체 수준에서나 집단수준에서나 그 지능은 인간과 유사하다. 인간도 개미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노는 일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 창조적 휴식이라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을 공부하고 노동하는 한국인들로서는 곰곰이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렇게 단세포생물에서 개미까지 모든 생명체는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것이 지능이다. 생명이 없는 사물은 그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생명은 지능이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화란 지능의 진화를 의미할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 뇌다’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개미를 보면 지능은 결코 인간만의 것도 아니며 점차적으로 진화하여 지금의 인간 지능이 탄생했음을 이해할 것이다. 지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나서 100년 이상 지난 지금도 지능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지능은 생명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