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사회

자기 자녀를 살해하는 유일한 종: 호모 사피엔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의 밧줄이다.


니체


나의 양부모님이 1000% 나의 부모님이다. 친부모는 정자와 난자은행에 불과하다.


스티브 잡스


2006년 서울 서래마을에서 프랑스 여성이 낳은 아기 2명을 살해해 집 냉동고에 보관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친아버지가 아동을 무차별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자, 아이를 토막 내어 냉장고에 보관하다 버린 사건이 있었다. 2017년 부산에서도 아기 시신을 냉장고에 수년 간 보관했다가 적발됐고, 2021년 청주에서는 갓 낳은 신생아를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 버린 사건도 있었다. 2023년 세 명의 아이를 키우던 엄마가 자신의 넷째 아이와 다섯째 아이를 출산 하루 만에 살해하고, 냉장고 안에 시신을 5년 간 숨겨왔던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발생했다. 그 외에도 이마가 찢어졌는데도 병원에도 가지 않고 욕실에 가둬 죽인 ‘평택 계모’ 사건, 굶기고 때리고 배설물까지 먹인 ‘칠곡 계모’ 사건, 목사가 계모인 부인과 함께 자신의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미라 상태로 방치한 사건 등 많다.


자연계에서 자신의 DNA가 전달되도록 남의 새끼를 죽이는 선택을 한다. 영아살해는 진화과정에서 나타났다. 영장류의 수컷은 지금까지 집단을 이끌어 온 수컷을 내쫓으면서 그 집단의 암컷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 후 일반적으로 새끼들을 모두 죽인다. 수사자도 무리를 넘겨받으면 암컷들이 아무리 막아도 새끼들을 전부 죽인다. 그럼으로써 모든 새끼들이 새로운 수컷의 혈통임을 보장받는다. 세라 허디(Sarah B. Hrdy)의 저서『어머니의 탄생』에 의하면 영아살해는 인간과 인간 외의 모든 영장류 종에서 폭넓게 발생한다. 하지만 다른 영장류에서는 대부분 살해자가 피해자와 혈연관계가 없으며 또한 어미인 경우는 없다. 인간 외 영장류 암컷이 영아살해에 연루되는 경우에도 자신의 새끼를 해치지는 않는다. 죽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새끼다.


인간과 유전자를 99% 공유한다는 침팬지 사회에서도 영아살해 사건이 일어난다. 침팬지는 우두머리 수컷이 바뀌었을 때 예전 우두머리 수컷의 새끼를 죽인다. 또 서열이 높은 암컷이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암컷의 새끼를 죽이기도 한다. 하지만 침팬지 암컷이 자기 새끼를 방치하거나 죽인 사례는 아직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다.


동물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진화론이나 생물학적으로 보면 계부나 계모의 폭력성은 이에 해당한다. 아동 살해와 아동 학대는 지금도 생물학적 아버지들보다 계부들에 의해 더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전쟁포로로 붙잡힌 여자들이 낳은 아이들은 여전히 강제로 폭력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서구사회에서 계부가 양육하는 경우 유아 살해가 100배 이상 높아지고 양부모가 의붓자식에 의해 살해당할 확률도 50배 정도 커진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1974년부터 1990년 사이에 캐나다에서 친부모 가정에서 자란 5세 이하의 아이들 100만 명 가운데 친부에게 살해당한 아이는 2.6명이었다. 계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 100만 명 가운데 계부에게 살해당한 아이는 321.6명으로 120배나 더 높았다. 이 연구 이후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의 연구에서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십 배에서 100여배 더 높았다.


그러나 사랑이 가득한 재혼 가정도 많다. 실제로 대다수 계부모는 의붓자식과 별문제 없이 원만하게 지낸다. 대다수의 선량한 계부모들을 잠재적인 아동학대 가해자로 낙인찍으면 안 된다. 집단의 평균으로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은 폭력이다.


인간은 자기 자식까지 죽인다. 진화론 입문 책인 존 카트라이트(John Cartwright)의『진화와 인간 행동』에는 영아살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초기 호미닌(인류의 조상)에게 영아 살해는 적응적 전략일 수도 있다. 진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수렵채집 시대의 영아 살해는 자녀수를 조절하는 수단이었다. 하버드 대학의 인류학자 조셉 버드셀(Joseph B. Birdsell, 1908~1994)은 구석기 시대에 태어난 아이 중 최소 15퍼센트에서 최대 50퍼센트가 영아살해를 당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했다.


인간은 부모가 자녀에게 엄청난 양육 투자한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는 경우, 아이를 차라리 일찍 포기해 버리는 선택을 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을 수 있다. 영아살해는 보통 생후 즉시 아기를 유기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런 영아살해는 보통 생후 1년까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친모에 의한 아기 살해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2001~2021년 10년 간 영아살해 피의자 수의 78%가 20대 이하로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양육 환경이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사실상 영아살해가 과거보다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인들은 출산을 조절하기 위하여 피임을 한다. 피임약을 먹기도 한다. 원치 않는 임신인 경우 낙태도 합법화되어 있다. 영아살해가 피임과 낙태로 대체되었다. 과학과 의술의 발전이 영아살해를 예방한 셈이다.


유아살해방지를 막기 위하여 암수 한 쌍 결합(pair bond)인 일부일처제가 나타났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일처제가 나타난 것은 유아 살해가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암컷에게 자신과 새끼를 지속적으로 지켜줄 전략적 동반자가 필요해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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