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사회

우리나라의 학부모 군상(updated 2)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휴직 중입니다.


교사는 일거수일투족을 학부모에게 감시당한 듯했고, 지속적인 민원 제기 때문에 병가를 냈다. 병가에서 복귀해도 학부모의 민원 제기는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휴직하게 됐다.


학부모는 수업 중 발언, 알림장 기재 내용, 학생 사진이나 기타 학급 소통 창구에 게시하는 내용들도 문제 삼아 하루에 한 번씩 지속적인 민원을 교육청에 넣기 시작했고, 수업을 녹취하지 않는 이상 알 수도 없을 법한 내용의 민원(수업 중 왜 통화를 하느냐, 수업 중 왜 그런 발언을 하느냐 등)을 지속적으로 넣기 시작했다. 나름 경력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사명으로 일해 온 저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고, 7주의 병가를 썼다. (중략) 병가 복귀 이튿날부터 기다렸다는 듯 같은 민원이 시작됐고 결국 올 한 해 휴직을 결정하고 쉬는 중이다.


학생이 학교 가기 싫어하니 중앙 현관으로 마중 나와 달라는 학부모


아이가 등교할 때 학교 중앙 현관까지 마중 나와 달라는 부탁을 학부모로부터 받은 적이 있다. 6학년 담임 시절. 매일같이 2,3교시에 등교하는 학생이 있었다. 특수도 아니고 진단받은 병명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학부모님께서는 본인의 자녀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시며 매일 현관으로 마중 나와 달라고 하셨다.


여학생이 남학생한테 욕을 해서 남학생이 해당 여학생 정강이를 차, 이를 부모한테 알렸다. 여학생 부모가 ‘우리 아이는 욕을 하지 못할뿐더러 아이는 허벅지를 맞았다고 하던데 왜 정강이라고 하느냐’며 새벽에 항의하고 변호사와 함께 학교에 찾아와 교장선생님과 함께 빌었다. 이 교사는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다.


‘제 아들 졸업할 때까지 결혼하지 마세요.’ ‘학기 중에는 수업 결손 생기니까 방학 때 하세요.’

‘결혼하셨어요?’

‘아니요’

‘올해 하실 계획 있으세요? 혹시 계획이 있으시면 방학 때 하시면 좋겠어요. 학기 중에는 아이들 수업 결손 생기니까요’

‘올해 결혼 계획 없으니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저희 애 졸업할 때까지는 결혼하지 마세요.’


방송에 보도된 내용 일부이다(SBS, 2023.7.24.).


2023년 4월 한 소년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발길질을 하는 ‘대한민국 14세 근황’이라는 동영상이 유포되었다. 택시요금을 내지 않은 소년이 붙잡힌 뒤 경찰관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소년은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보호처분만 받고 풀려났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말한다. 범죄를 저지르면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제9조에 명시된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에 근거한 제도이다. 만 10세 미만이 범죄를 저지르면 ‘범법소년’으로 아예 처벌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는 아직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후 촉법소년(觸法少年) 제도를 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이 일어났지만 이러한 제도는 필요하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이 소년의 부모는 ‘영상 유출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소년의 부모는 영상에서 자녀 얼굴이 드러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자식’을 보호하려는 부모의 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자녀를 제대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다. 아이가 잘못을 알게 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부 사람들의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 2월 한 유치원 교사가 학부모들의 막말과 횡포에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맹장 수술로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진료기록 보내라!’고 요구하는 학부모가 있었을 때도 참았다고 한다. 얼마 전 정말 힘겹게 가진 7개월 아이를 유산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지키지 못한 내 탓”이라며 슬퍼했다. 유산 소식에 유치원 원장과 동료교사 모두 몸을 추스르고 천천히 나오라고 배려했다. 하지만 수술 후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가 학부모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학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와서는 ‘책임감 없이 무턱대고 임신하셨을 때도 화났는데, 수술한다고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우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좋은 학부모님들도 참 많았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국민일보, 2023.2.16.).


2012년의 일이다. “댁의 아이가 친구를 괴롭혀서 벌을 줬고 수행평가 점수도 깎겠습니다.”(교사), “무슨 소리냐.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 상대 애가 맞을 짓을 하지 않았겠냐?”,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 걔들 집에나 전화해라.”, “선생이 멍청하니 그런 거 아니냐. 교육청에 고발한다.”(학부모) 상황이 이러니 만사 다 귀찮다며 그냥 눈감자는 교사들이 늘어난다. 학교는 ‘처벌이 면제된 지옥’이 되어갈 것이다(조선일보, 2012.1.7. 박 은주). 학교와 군대의 왕따 폭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방관자’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굳이 연루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나 분위기 때문에 방관자가 나온다(경향신문, 2014.8.6.). 2023년에는 수업에 지각하면 지각한 시간만큼 방과 후 청소를 하도록 한 초등학교 학급 규칙에 대해서 한 학부모가 ‘내 자식은 지각해도 남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아이는 매주 2~3차례, 1~5분 정도씩 지각하여 규칙대로 지각한 시간만큼 남아서 청소 봉사를 하도록 정당한 벌을 준 것이다. 아이를 3분 만 일찍 등교시키면 될 것을 교사한테 이런 일로 주말에 전화를 한다.


학부모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사를 찾아와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고 학교 기물을 부수었다. 2016년 교권침해 상담사례 건수는 5백건이 넘고 10년 전보다 3배 증가했고, 2015년보다 17% 이상 늘었다. 2009년 이후 7년 연속 늘고 있고, 증가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중 학부모에게 당한 피해가 거의 반을 차지했다. 심지어는 학생에게 당한 비율도 10%가 넘었다.


숙제를 안 한 학생을 혼냈더니 학생이 ‘학생 그렇게 가르치라고 배웠냐?’라고 대들었다. 학생을 진정시키고 부모에게 전화를 했더니 수업을 소홀히 했다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숙제 베껴내지 말라.’ ‘교실에선 양말을 신어야 한다.’ 등의 훈계만 해도 민원이 발생한다. 싸움을 말리려 제지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다. ‘아동복지법’은 교사들에게 일명 ‘저승사자법’으로 통한다. 신고를 당하는 것만으로도 담임 교체, 직위해제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아동학대로 신고 된 교원의 무혐의 비율이 53.9%이다. 전체 아동학대 무혐의 비율 14.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 무분별한 신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여학생에게 성희롱 욕을 한 남학생을 타일렀더니 부모는 아들을 잠재적인 성범죄자로 취급했다며 학생인권조례 위반이라며 교육청에 신고했다. 시험을 잘 못 본 학생 보호자가 ‘특목고에 못 가게 됐다.’며 학기 내내 민원을 넣은 사례도 있다. 교권 침해를 하는 주체는 학생이 가장 많아 93.3%이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민원이 더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술에 취한 학부모가 새벽 1시에 수시로 전화하며 ‘죽이겠다.’며 협박당한 사례도 있다. 교권 침해 건수는 2019년 2509건에서 2022년 3035건으로 늘었다. 중간 연차(근속 15년~25년) 퇴직교사 수는 2017년 888명에서 2019년 979명, 2021년 1088명으로 늘고 있다. 이런 부모들이 있는 사회에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로 나온다.


교사 중 68.4%(매우 불만족 39.7%, 조금 불만족 28.66%)가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한다. 교사의 87.0%(거의 매일 25.9%, 종종 33.5%, 가끔 27.6%)가 최근 1년 사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하였다. 최근 5년 동안 교사 4명 중 1명 이상(26.6%)이 교권 침해와 관련해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교사들은 담임을 하는 것을 기피한다. ‘학부모 민원 및 상담을 감당하기 부담스럽고’(33.0%), ‘학교 폭력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32.4%)이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도 5.7%이다.


2022년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왔다. 학교폭력을 가한 부모들은 병원 이사장, 전직 경찰청장, 교사,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돈, 권력, 연줄을 총동원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피해자의 엄마는 가해자 부모들을 상대로 고독한 싸움을 한다. 우리사회에서 너무도 흔한 다양한 부모들의 군상이 총동원된다.


이런 행태는 세대간에 ‘전송’된다. 이젠 부모에게서 아이들에게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정유라와 조민이 설전을 벌였다. ‘네가 더 한심하다.’는 둥 하면서. 직업상 사업자들을 상대하다보면 기성세대의 DNA를 물려받은 젊은 세대 모습을 자주 본다. ‘미쳐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아심이 든다.


2020년대 학부모는 30~40대이다. 이들을 낳아 키운 부모들은 50~60대이다. 50~60대의 학교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촌지와 ‘선생들’의 폭력이 횡행했다. 지금은 촌지는 어떤지 모르지만 폭력은 사라졌다. ‘갑’이 ‘선생’에서 학부모로 바뀌었다. 이젠 학부모의 갑질이 횡행한다. 그 학부모는 50~60대가 키운 30~40대 자녀이다. 한국의 기성세대와 사회에서 악순환의 고리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제 어디로 흘러가는지조차 가늠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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