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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억 년 전 존재불가 초대형 블랙홀 이해


우주가 팽창하는 것은 암흑 에너지 때문이다. 반면 중력 수축은 암흑 물질에 따라 좌우된다. 이 두 가지로 이루어진 오늘날의 표준 우주론 모델을 ‘ΛCDM’ 모델(Lambda cold dark matter model)이라고 한다. 


초기 은하가 뜨거우면 가스 덩어리가 바깥으로 팽창하려는 열 압력이 훨씬 강해진다. 강한 팽창 압력에 저항하여 항성이 되려면 더 강한 중력으로 가스 구름을 눌러야 한다. 질량이 무거운 별은 재료가 더 많이 필요하므로 만들기가 더 어렵고, 수명도 훨씬 짧아서 금방 사라진다. 반면 가벼운 별은 적은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수명도 훨씬 길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은하를 채울 수 있다. 그래서 은하 속에는 질량이 무거운 별은 개수가 적고 질량이 가벼운 별로 갈수록 개수가 많아진다. 


별의 질량은 다양하여 태양보다 훨씬 가벼운 적색왜성도 있고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초거성도 있다. 은하에 질량에 따라 별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초기 질량 함수(Initial Mass Function, IMF)라고 한다. 우리가 은하는 비교적 정교하게 초기질량함수를 파악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모든 은하가 비슷한 초기질량함수를 갖고 있을 것이란 가정 아래 은하의 질량을 추정해왔다. 최근까지 비교적 가까운 은하들만 놓고 봤을 때, 여러 은하들의 초기질량함수는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은하가 다양한 만큼 각 은하의 초기질량함수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빅뱅 후 5억7천만 년밖에 지나지 않은 은하(CEERS 1019)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먼 활동성 초대질량 블랙홀을 포착했다. 적색편이가 7~9에 달하는 멀리 있는 초기 은하 여섯 개로 이 은하들은 133억~131억 년 전에 존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초기 은하에서 발견되었다. 이 블랙홀 외에도 빅뱅 후 10억 년과 11억 년 지난 시점에 존재했던 더 작은 크기의 블랙홀 두 개를 추가로 확인했으며, 빅뱅 후 4억7천만~6억7천500만년 사이에 존재했던 은하 11개도 발견했다. 질량을 추정해보니 태양 질량의 100억~1000억 배에 달하는 엄청난 질량이었다. 빅뱅 직후 은하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무거웠다. 우주가 시작된 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초대질량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태양 질량의 100억~1000억 배 수준의 질량까지 성장하려면 훨씬 더 오랫동안 은하가 성장해야만 한다. 현재의 모델로는 존재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은하 여섯 개의 질량은 하나의 초기질량함수를 적용해서 구한 결과였다. 초기질량함수가 우주가 진화함에 따라 계속 달라져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우주의 온도 변화까지 고려한 초기질량함수를 제임스 웹이 포착한 여섯 개의 초기 은하들에게 적용하면 처음 추정했던 질량에 비해 약 10배 가까이 가벼워진다. 모두 10억~100억 배 수준의 훨씬 가벼운 질량으로 계산된다. 제임스 웹이 올라가기 전에는 먼 은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우주의 나이에 따른 초기질량함수의 진화 가능성을 새로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3-01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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