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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코알라와 캥거루로 촉발된 다윈의 진화론

1848년 20대 청년 월리스는 과학 탐험가 헨리 베이츠(Henry W. Bates, 1825~1892)와 브라질 아마존 강 밀림으로 떠났다. 5년 동안 곤충과 동물을 분류하고 수집하여 영국으로 돌아와 판매할 생각이었다. 그의 대단한 표본 수집은 처음부터 생명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아마존 습지를 탐험하기 위해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종들이 신적인 힘의 개입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다윈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 수 없었다. 1852년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선박에 불이 나서 거의 모든 수집 표본을 잃어버렸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 1년 반 동안 학술 논문과 책을 썼다. 이때 찰스 다윈 등과 교류하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었기 때문에 출간을 꺼렸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그는 증명하지는 못했다. 과거에는 교회와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끔찍한 처벌을 받았다. 다윈 시대에는 마녀사냥은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중세 이후 근대까지 공포에 떨게 했던 마녀사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마녀사냥은 독일 뷔르템베르크(Württemberg)에서 1805년에야 최후의 재판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든 사람이 창조론을 글자 그대로 믿는(약 1만 년 전에 우주와 인간을 현재의 모습 그대로 창조했다는 믿음) 시대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윈도 최소한 코페르니쿠스의 이론만큼 허술하고 도발성은 그보다 더한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기를 끝내 주저했다. 결국 다윈은 처음으로 진화론을 알게 된 1838년 이후 20년 이상이 지난 다음에야 진화론을 발표했다. 


찰스 다윈은 5년간의 비글호 항해를 마친 지 20년 만인 1856년 진화론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다윈은 진화론에 관해서 어떤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1854년에서 1862년까지 8년간 월리스(Alfred R. Wallace, 1823~1913)는 말레이 군도와 동 인도(현재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판매를 위한 표본수집과 자연 연구를 했다. 수만 종의 딱정벌레를 포함한 12만 5천 종의 표본을 수집하였다. 월리스가 쓴 『말레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번역되어 출판하였다. 말레이 제도는 베트남과 태국이 있는 인도차이나반도와 호주 사이에 있는 섬들을 말한다. 18년간 말레이 제도를 탐사하면서 관찰한 각 섬의 지질과 생물지리, 동식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의 해협을 경계로 동물학적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월리스 라인(Wallace's Lin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탐사를 통해 자연선택과 진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월리스는 말레이 제도를 탐험하면서 진화의 추진력이 자연선택이라는 생각에 독자적으로 도달했다.


호주에는 보기 힘든 동물이 여러 종 있다. 캥거루나 코알라, 야자나무앵무새 같은 동물(유대류)은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이다. 이런 동물은 호주 서쪽의 인도네시아 술레와시와 롬복 섬에선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서쪽에 있는 발리와 보르네오에만 가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이런 동물들이 호주 밖 다른 곳으로 진출하지 못 했다는 의미이다. 발리와 보르네오를 술레와시와 롬복, 호주 대륙 등과 가르는 가상의 선을 월리스 선(Wallace Line)이라 부른다. 이 선을 사이에 두고 동물의 분포가 급격하게 비대칭적으로 바뀌는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 중 하나였다. 반면 큰도마뱀이나 설치류, 물총새 등 호주 인근 아시아에서 유래한 동물들은 호주에서도 적잖게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 살던 동물은 호주로 넘어가 정착한 반면, 호주에 살던 동물은 아시아로 건너가지 못 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2023년 밝혀졌다. 지구의 판구조와 기후 변화 때문이다. 호주는 남극에 붙어 있었으나 약 4천 500만 년 전 떨어져 나와 북쪽으로 이동해왔다. 그러다 유라시아 대륙판과 닿으며 수많은 화산섬들이 생겨났으니 그것이 인도네시아이다. 호주가 남극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남극 대륙 주변에 넓은 바다가 생기고 전반적으로 추워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덥고 습한 열대 기후를 유지했다. 아시아에서 유래한 동물들은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후 호주로도 건너갈 수 있었다. 춥고 건조한 호주 같은 곳에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행성이 되거나 물 소비를 최소화하는 생리 구조를 갖게 되는 등 특수한 적응이 일어났다. 이로 인하여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적응하여 살기가 어려웠다. 이는 호주에서 유래한 동물이 오늘날 인도네시아 지역에 적응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결국 아시아 지역의 동물들은 대거 호주 쪽으로 넘어온 반면, 호주에서 아시아로의 진출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게 되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f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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