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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을 위해 수명이 줄어든 진화도 있어

인간과 생명은 적응도(fitness)에서 우월한 종이 후손을 남긴다. 물론 뜻하지 않은 사건, 예를 들어 번개가 우월한 종을 죽여서 후손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열등한 종이 후손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지구의 40억 년 역사를 생각해보라.) 종의 전체개체를 고려하면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 많은 후손을 남기고 점차적으로 잘 적응한 후손들을 닮은 종으로 개량되게 된다. 이러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은유적으로 말하면 환경이 인간을 또는 생명을 키운다는 것을 뜻한다.


환경이 생명을 키운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킬리피쉬(Killifish)이다. 이 물고기는 아프리카 모잠비크나 짐바브웨에서 산다. 이 지역은 1년에 수개월 이상 건조하다가 폭우가 내려 물웅덩이가 생긴다. 킬리피쉬는 이렇게 만들어진 물웅덩이에서 산다. 웅덩이의 물은 빠르게 말라서 사라진다. 따라서 빨리 알을 낳지 않으면 번식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물리 마르기 전에 알을 낳을 수 있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개체가 살아남았다. 그래서 킬리피쉬의 수명은 4~6개월 정도이다. 번식을 위해 수명까지 줄어든 것이다. 이를 보면 생명은 생존보다 번식에 더 큰 본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짧은 수명으로 킬리피쉬는 노화 연구자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다. 노화 연구를 하려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관찰해야 하는데 수명이 길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로 많이 사용되는 생쥐, 초파리, 제브라피쉬는 늙어가면서 나타나는 특징이 사람과 다르다. 하지만 킬리피쉬는 운동기능 저하, 시력 약화, 학습능력 감퇴 현상뿐만 아니라 암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노화연구에 최적이어서 연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진화는 적응과 선택을 말하는 것이지 우월과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킬리피쉬는 수명이 짧은 개체가 살아남았다. 장수를 우월이라고 본다면 거꾸로 단명한 개체가 선택되었다. 진화는 선택이지 진보는 아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쓴 『풀 하우스』(2002년 번역본)는 이 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생명의 진화 역사에서 진보는 보편적이지 않다. 진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생명 다양성의 증가다. 인간과 유인원 같은 고등 생물은 무작위적인 우연으로 생물 다양성의 증가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생명의 생태계는 고등생명체이며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부르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진보체계는 아니다. 고등 생명체로 진화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의 속성일 수 있지만 그것이 전체는 아니며, 오히려 생명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것이 생태계의 주 속성이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 생명의 멸종이 심각해지고 있다. 진화가 다양성의 증가라면 그 멸종과 함께 새로운 종이 급격하게 새로이 등장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지구역사상 대멸종이 새로운 종의 급격한 탄생을 보여주었듯이. 하지만 그 방향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tTj7Km29uutXKpxWZhky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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