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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평등하다는 것이 진화


산호초를 화려하고 예쁜 물고기들이 그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산호초 주위에는 세계 어류의 약 3분의 1이 산다. 찰스 다윈은 바다의 사막이라고 할 수 있는 영양분이 부족한 산호초에 수많은 물고기로 북적이는 이유를 궁금해 했는데 이를 다윈의 역설이라고 한다. 


2019년 산호초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물고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바다 밑바닥에 숨어 사는 많은 물고기는 빨리 자라고 몇 주 사이에 대부분 잡아먹혀 물고기 먹이의 60%를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가장 작은 물고기를 ‘저서 은신 어류’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2800종 이상이 발견됐으며 해마다 30종씩 새로운 종이 보고되고 있는데, 산호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산호초에는 화려한 물고기들이 많이 산다. 사람들은 밝고 색이 화려하며 몸이 둥근 물고기가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종의 물고기와 별 차이가 없고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하다. 청어처럼 보통 몸이 길고 예쁜 무늬나 색이 우중충한 물고기는 멸종위기종인 경우가 많다. 화려한 물고기가 인간의 눈에 들어와 보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렇지 않은 중요한 종들이 오히려 멸종위기로 몰린다. 물고기도 예쁜 놈이 선택받아 많은 자손을 남기는지 모르겠다. 인간세계도 남자들은 대부분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경제력을 배우자 선택의 첫 번째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현실세계나 학문연구에서 명확하다. 그럼에도 세상의 인간은 너무도 다양하다. 질병에 취약한 사람,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등 진화를 생각해보면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많다.


알츠하이머 치매도 마찬가지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가진 사람은 생존과 번식에 불리함에도 많다. 2017년 알츠하이머 발병에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APOE4)를 1개 보유한 여성은 평균 1명, 2개 보유한 여성은 3.5명의 자식을 더 낳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미국 연구진은 “피임률이 낮고 질병에 취약한 아프리카 가나에서 연구한 자료이다. 이 유전자를 가지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커짐에도 세계적으로 5명 중 1명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2023년에도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자손을 낳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가 살아남아 후손에게 전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 유전자가 기생충과 같은 병원균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고, 이것이 생식력의 증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문명 이전의 시대, 현대의 아프리카나 아마존과 같이 병원균이 많은 환경에서는 이런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common-alzheimer-s-disease-gene-may-have-helped-our-ancestors-have-more-kids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임을 보여준다. 잘나던 못나던 다 같은 사람임을 알아야 하고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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