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수리능력은 동물과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동물 간의 싸움, 사냥, 먹이 수집에서 수량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수학이나 과학은 선천적이고 타고나는 면이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사실이다. 다른 과목도 그런 면이 있다.
수학 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는 특정 유전자도 발견되었다. 인간이나 동물들이 숫자를 파악해 비교하는 능력은 뇌 신경망의 구조에 따라 선천적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어느 정도 학습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던 숫자 인지, 수량비교, 연산 기능이 선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https://www.cell.com/cell-reports/pdfExtended/S2211-1247(23)00911-7
뇌 과학에 의하면 후두정엽 ‘두정엽내고랑’이라는 영역이 수학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두정엽내고랑이 잘 발달돼 있더라도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와 강하게 연결되지 않은 경우엔 수학적 감각이 떨어지고 성적이 좋지 않다. 수학 개념을 잘 이해하도록 교육하면 수학적인 뇌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으로 이를 가소성이라 한다. 유전자나 뇌만으로 수학적 능력을 설명하지는 못하며 ‘좋은’ 교육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수학 성적은 55%만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수학이나 과학을 문제풀기 위주로 교육받는다. 그래서 수학이나 과학이 어렵고 지루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수포자나 과포자가 양산되고 있다. 정말로 불행한 교육환경이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려고 학원에 보내 문제풀이를 반복하게 하면 수학에 더욱 흥미를 잃고 ‘수포자’가 되게 한다. 어린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개념을 정확히 잘 가르치고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흥미와 학습 동기를 이끌어 수학을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리나라 같은 입시학원은 절대금기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번에 ‘1등’이 되게 하려하거나 문제를 푸는 능력만 키우려 한다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수학에 흥미를 가지라고 말하지 말고 기다려줘야 한다.
수학도 자신감이 중요하다. 그것도 근거 없는 자신감(‘근자감’)까지 필요하다. 필자의 생각이 아니라 다국적 연구팀의 연구 결과로 나온 주장이다. 스스로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학생에 비해 실제 성적이 높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수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갖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학부모나 교사가 자신감을 북돋워 주면 성적이 향상된다. 칭찬해주고 격려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성적 향상과 향후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된다.
칭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특히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 머리가 좋다는 말은 오히려 학습의욕과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 않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한 아이가 성적이 더 좋게 나타난다. 반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난 수학을 아주 잘 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아이는 향상되지 않는다. 필자의 생각이 아니라 연구결과이다.
명심할 것은 수학이나 과학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학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아동·청소년기에 수학이나 과학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면 뇌 인지기능 발달에 좋지 않다. 어려서 수학적 감각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평생 수학적 논리적 능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