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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 이해를 위해 뇌수술 할까? 세뇌할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중력이 매우 큰 밀러 행성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우주선으로 돌아왔더니 23년 이상이 흘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관찰자의 운동 상태나 중력에 따라 시간은 상대적으로 다르게 흐른다. 이를 시간 지연(time dilation)이라고 한다. 빠를수록, 중력이 클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19세기까지 물체의 위치와 운동을 움직이지 않는 절대적인 지점을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흔히 사용하는 좌표가 그것이다. x축과 y축을 그어 공간에서의 위치를 정하고 시간흐름에 따른 운동을 측정하는 것이다. 19세기까지의 ‘고전’ 물리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x축과 y축에 따라 위치와 운동을 측정할 수 있는 고정적이고 확정적인 것으로 보았다.


20세기 초에 유럽에서는 여러 도시들의 시간을 어떻게 하나로 맞추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마을마다 쓰는 시간이 다르고, 또 한 마을에서도 현지 시간과 표준 시간이 차이가 나서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많이 벌어졌다. 투표 시간의 마감을 놓고 분쟁이 생기기도 했으며, 법정 개시 시간의 기준이 달라서 판사의 판결이 무효가 되기도 했다. 발명가들은 여러 마을들의 시간을 표준시에 맞추는 발명품들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다. 이런 특허 신청은 19세기 말엽과 20세기 초엽의 유럽에서 급증했다. 1905년, 스위스 베른이라는 작은 도시의 특허 국에서 시간을 맞추는 기계의 특허를 심의하던 청년이 있었다. 이 특허들은 보통 전신을 이용해서 도시 사이의 시간을 맞추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청년은 두 도시의 시간을 하나로 맞추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빛을 발사하고 돌아오는 빛의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두 도시의 시간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두 도시 중 하나가 움직이는 경우를 상상했다. 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던 청년은 결국 “시간은 시계에 의해서 측정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시간은 측정되는 것이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생각은 시간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시간의 상대성을 제창한 것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었다. 특허국의 청년이 아인슈타인이었음은 물론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논문의 첫 머리에는 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맞추는 방법이 등장한다(한겨레신문, 2006.7.27. 편집).


“나는 정말 중요한 일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에 편지 쓸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네.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문제들을 생각하느라 밤낮으로 내 두뇌를 괴롭혔지. 그렇지만 그것들은 물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진전시키는 것들이라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친구 안젤로 베소에게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면서 느낀 고뇌를 절절히 털어놓은 편지 구절이다(서울신문, 2015.11.24. 편집). 결국 20세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이 순진하고 오류임을 밝혀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공간이 유동적이고 상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시간은 언제 어디서나 그냥 똑같이 흘러갈 뿐이고 공간이라는 것도 누구에게나 붙박이장마냥 고정불변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알고 살아왔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는 인류의 그 오랜 ‘당연한 것 같은’ 인식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이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은 광속, 즉 빛의 속력이 불변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의 ‘배경화면’은 빛의 속도라는 것이다. 광속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은 값을 가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빛은 정지한 사람이 보든, 움직이는 차 안의 사람이 보든 항상 초속 약30만km의 똑같은 값을 가진다. 이것이 광속불변이다. 사실 빛이 속도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버스를 향해 달려가면 나의 속도에 버스의 속도가 합해진 것이 속도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광속을 중심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은 직관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성이론은 우리 ‘생각의 회로’를 바꿔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혁명적인 인식의 전환이다(머니투데이, 2014.11.19. 편집).


쉽게 말해 우주는 인간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지거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우주를 이해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우주를 이해하려면 뇌수술을 받던지 물리학과에 가서 수면 동안 공부를 하며 ‘세뇌’를 거쳐야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먼 우주, 즉 초기 우주는 지금보다 시간이 훨씬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관측돼야 한다. 2023년 빅뱅 후 10억년이 흐른 뒤 우주에서 시간이 현재보다 5배 느리게 흐르는 시간 지연 현상을 발견했다. 우주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 흐름도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뇌수술을 받던지 세뇌를 받아야 할 수밖에 없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3-02029-2


상대성이론 이해를 위해 뇌수술 할까? 세뇌할까? (ohead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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