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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우주의 유기물질에서 기원했다는 주장들

생명의 기원

지구생명은 혜성과 소행성에서 기원


당신이 밤하늘에서 혜성을 보고 인간이 혜성에서 기원하지 않았을까 상상할 수 있다면 놀라운 직관을 가진 사람이다. 실제로 그것은 과학적인 가설이다. 1984년 개봉된 영화 ‘E.T.’는 외계인을 다룬 영화이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우주선이 착륙하며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착하는 줄거리이다. 우주에 인간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영화에서만 다루어지는 소재가 아니라 과학자들도 가능성을 주장하는 가설이다.


지구상에 어떻게 생명체가 탄생했는지는 과거에는 원시 대기에서 생명의 재료가 자연적으로 합성되었다는 이론이 대세였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이 생명의 기원이라는 가설도 주목받는다. 세계 각지에서 아미노산, 단백질과 유사한 물질을 함유한 운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이 우주의 소행성이나 혜성 같은 우주 속 물질에서 기원했다는 것은 외계인이 그곳으로부터 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들이 소행서이나 혜성에서 기원했다는 의미이다. 지구는 수십억 년 전 우주를 떠도는 우주먼지가 모여서 형성되었고 그 후에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속적으로 지구와 충돌하였다. 따라서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우주먼지나 소행성 등에 있는 물질이 지구로 유입되면서 생명을 구성하였다는 의미이다. 과거 운석에서 이미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이 발견되었다. 지구상에 떨어진 운석 속에 있던 아미노산이 지구상 생명의 기원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던 이유이다. 


지구의 대기에는 우주에서 온 수많은 물질들이 섞여있다. 따라서 지구상의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은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온 물질들도 무언가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지구의 대기에는 약 1700만 미터톤의 굵은 먼지가 흩날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먼지는 지구상에서 발생한 것도 있지만 우주에서 온 것도 있다. 혜성이나 소행성 등이 지구의 대기를 통과하며 마찰로 인해  별똥별을 만들어 내며 떨어진다. 강한 열에 의해 기화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지구 표면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 중 일부는 1mm 미만의 미세운석(micrometeorite) 형태로 지상에 도달한다. 2021년 연구에 의하면 0.7mm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운석이 매년 5200톤 정도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이 미세운석들은 지구 표면으로 전달되는 외계 물질의 가장 큰 원천이다. 운석과 같은 더 큰 물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다. 분석 결과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우주 먼지의 약 80%는 혜성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기존의 추정치와 일치한다. 대기권 진입 전 유입되는 우주먼지의 총 질량은 약 15000톤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먼지 상당부분이 인간이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 존재할 수 있다. 아니면 일부 먼지들은 대기권 진입 전에 제거될 수도 있다. 혹은 지구 주위의 우주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먼지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에는 산소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탄소가 차지한다. 천문학자들은 탄소분자들이 우주에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탄소를 함유한 분자(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가 우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번 발견으로 생명으로 이어지는 화학 전구체(chemical precursors)가 어떻게 우주에서 존재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화학 전구체는 생물 체내에서 화합물 형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화합물이다. 우주에는 생명을 구성하는 탄소가 널리 존재한다. 이러한 탄소는 지구가 형성될 때 우주에 널리 있던 탄소도 지구의 구성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탄소는 지구형성 초기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에서 기원하지 않은 원소들도 지구상에 존재한다. 


원시 지구에는 인이 풍부했고, 초기 생명체 탄생에도 인이 중요한 구성 요소로 알려졌다.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DNA와 RNA는 염기, 당, 인산염으로 이뤄진 뉴클레오티드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고, 세포의 기본 에너지원도 인이 포함된 아데노신삼인산(ATP)이다. 원시 지구에서 인은 대부분 반응성이 낮은 광물에 포함돼 있어 생체 분자 형성에 필요한 인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2016년 시카고 서쪽의 글렌 엘린(Glen Ellyn) 마을 가정집에 돌덩어리가 강타했다. 놀란 주인은 인근의 휘튼칼리지(Wheaton College)에 알렸다. 당시 그 대학 학생이었던 벤자민 헤스(Benjamin L. Hess)는 예일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이 돌덩이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충돌로 번개가 모래나 흙, 돌멩이에 내리치면서 성전 암(fulgurite)이 생성되었다. 이 섬전 암을 조사하다가 운석에만 있는 슈라이베르사이트 (schreibersite)라는 광물을 발견했다. 이 광물은 철, 니켈, 인이 결합한 화합물이다. 이번 연구로 번개가 치는 과정에서 생겨난 섬전 암이 인의 기원으로 떠올랐다. 연구팀에 의하면 약 45억 년 전부터 생명체가 처음 탄생하던 약 35억 년 전까지는 번개가 연평균 10억~50억 번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했다. 번개가 생명의 기원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형성 이후 약 10억 년 동안 지구에 대량의 운석이 떨어졌고, 이 광물 같은 인이 풍부한 외계 운석이 지구 생명체의 인 공급원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태양계에 있는 혜성은 태양계가 만들어졌을 당시 분자 구성을 가지고 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한 혜성(67P/Churyumov-Gerasimenko) 표본 채취 위성(Stardust)이 가져온 표본에서 실제로 아미노산(글리신)이 검출되었다. 아미노산이 태양계를 형성하기 이전의 우주에서도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상 생명의 구성 요소가 별과 행성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 단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글리신이 일단 형성되면 다른 복잡한 유기분자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이런 아미노산들이 우주에서 널리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한 우주에 널리 그러한 성분들이 있어 다른 우주에도 생물이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기원한 것이고 우주는 그 안에 이미 생명의 씨앗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에는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RNA를 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당(糖)이 운석에서 처음 검출되었다. 호주에 떨어진 운석(Murchison meteorite)에서 리보오스를 비롯한 4종류의 당이 검출됐다. 지구상의 생명을 만든 당과는 달리 탄소비율이 커서 우주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만들어진 당이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는 재료가 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는 태양계가 탄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행성내에서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 하지만 리보오스는 지구에서도 화학적으로 생성된다. 따라서 검출된 리보오스가 지구에서 생성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혜성들은 너무나도 긴 궤도를 가지고 있고 비교적 변하지 않은 상태로 지구 근처에 도착한다. 이는 초기 태양계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지구로 오는 혜성은 태양계 바깥 오르트 구름이나 카이퍼 벨트로부터 온다. 그곳은 태양계가 형성됐을 때의 모습을 간직한 영역이어서 혜성은 태양계 초기 정보를 저장하는 일종의 타임캡슐이다. 혜성은 초기 지구에 생명의 원료가 되는 유기물이나 물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필수 요소들이 혜성으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생명의 탄생에는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과 황이라는 6개 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중 탄소와 수소, 질소와 수소는 혜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DNA와 세포막에 존재하는 생명의 필수 구성 물질 중 하나인 인은 직접 발견되지 않았었다. 이를 찾지 못하면 생명의 구성 물질을 혜성이 가져왔다는 가설은 미완성이다. 


2020년 우주에서 항성이 형성되는 지역에서 인 분자가 형성돼 혜성을 타고 지구로 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인 분자는 일산화인(Phosphorus Monoxide, PO)으로 지구 생명체 출현에 핵심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초정밀 안테나 66개로 구성된 전파망원경(Atacama Large Millimiter/submillimeter Array, ALMA)을 통해 마차부자리(Auriga)에 있는 별 생성지역인(AFGL 5142)을 관측했다. 그 결과 일산화 인을 가진 분자가 대형별이 만들어질 때 형성된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일산화 인이 성간 먼지 알갱이를 둘러싼 얼음에 갇히고 이 알갱이들이 서로 뭉치면서 자갈이 되고 미 행성(微行星)을 거쳐 혜성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에 생명체 구성 물질을 전달하는데 있어 혜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2020년에는 또 한 혜성(comet 67P/Churyumov–Gerasimenko)에서 인을 발견했다. 황도 이 혜성에서 이미 발견되었다. 이에 따라 생명에 필요한 중요 원소를 모두 혜성에서 찾아냈다. 생명에 필수적인 6개의 원소인 탄소와 수소, 질소, 산소, 인 그리고 황이 고체인 혜성 물질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견은 아직 젊었던 지구에 혜성에서 이들 물질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혜성은 1969년 발견되었고 6년 반의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 2014년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로제타가 혜성에 도달해 착륙에 성공한 뒤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카탈리나 혜성(Comet Catalina)은 2013년에 발견됐다. 이 혜성은 초기 태양계의 외부 지역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5~2016년에도 태양계를 지나가면서 잠시 동안 관측됐다. 2015년 11월 15일 지구로부터 1억 2천 2백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일점을 스쳐 지나갔다. 태양을 스쳐 지나갈 때 속도는 시속 166,000km였다. 빠른 속도 때문에 이 혜성이 태양계로부터 이탈궤적에 놓여있을 것으로 예측했으며 결코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혜성을 포착한 천문대 중에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항공 천문대인 성층권 관측 망원경(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 SOFIA)도 있었다. 이 망원경은 혜성 꼬리의 먼지투성이인 빛 속에서 탄소를 포착했다.    이것이 흥미로운 것은 탄소가 혜성에서 기원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탄소는 생명의 기원을 푸는 열쇠이다. 태양계의 지구와 다른 지구형 생성들은 형성되는 동안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탄소와 같은 원소들은 사라지거나 고갈됐다. 반면 목성과 해왕성 같은 더 차가운 거대 가스 행성은 태양계 외부의 탄소를 보유할 수 있었다. 목성의 궤도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면서 혜성이 태양계 외부 지역에서 나온 탄소를 내부 지역으로 섞일 수 있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덕분에 지구와 화성 같은 행성에 탄소가 존재하게 되었다. 혜성이 탄소나 생명체 존재를 위해 필요했던 다른 원소를 지구에 전달했을 것이란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사실 지구는 우주 물질로부터 만들어졌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이 지구 자체에서 기원했는지 아니면 지구 밖 우주에서 기원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지구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다만 생명을 이루는 물질이 지구상에는 없었던 물질이 우주로부터 왔다면 그 구분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구분은 사실 어렵다. 생명이 우주에서만 기원했다기보다는 지구상의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여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이다. 


그러한 시나리오 중의 하나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명체의 구성 물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대 운석이 바다에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모의실험 한 결과 단백질 구성 물질인 아미노산이 생성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출현하는데 운석이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입증한다. 하지만 운석이 지구에 더 복잡한 생체분자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당시 바다 어딘가에 소행성이 떨어져 형성된 충돌구들이 지구의 생명체 출현 과정을 설명해줄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다에 소행성이 떨어지면서 충돌 충격으로 생명체 출현에 필수적인 물질이 형성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거대 운석 충돌로 발생한 분화구가 생명체 탄생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가설이 제안되었다. 충돌분지 또는 충돌로 형성된 분화구 호수에 미생물 번식에 적당한 물과 열에너지 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운석이 생명체에 필요한 물질뿐만 아니라, 생명 탄생의 기반 환경까지 조성한다는 생각이다. 소행성 충돌 직후 많은 파편이 대기에 쏟아지고, 분화구 바닥과 테두리에서 흘러나오는 용해된 암석이 모든 것을 태우면서 독가스를 방출지만 암석이 식은 뒤에는 미생물이 번성하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이 된다. 분화구 호수가 형성되면서 물과 미네랄, 화학 물질이 조합되어 미생물 생존에 필요한 환경과 풍부한 열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다. 폭이 5킬로미터가 넘는 충돌 분화구에서 열수 환경이 조성되므로 270미터 크기 이상의 암석 형 소행성이 충돌해야 한다. 크기 이외에 충돌 물체의 유형도 중요하다. 생명체에 필요한 유기 성분은 주로 혜성이나 ‘탄소질 콘드라이트(Carbonaceous chondrite)’라고 불리는 소행성에서만 발견되는데 그런 운석은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 캐나다 북부의 호턴(Haughton) 분화구는 4000여만 년 전에 생성된 23제곱킬로미터의 크레이터로, 이곳에서 발견한 용융 암석이 생명체가 서식하기 적당한 열수 환경이 존재했다는 증거로 제시되었다. 비슷한 조건의 서식지로 해저의 열수 분출구,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온천이나 간헐천을 들 수 있다. 수십억 년에 걸친 침식, 대륙판 이동 및 화산 활동으로 지구암석에서 최초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명의 기원과 이번 연구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화성에서는 대부분 충돌 분화구가 보존되어 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 우주선이 화성 분화구(‘Jezero’) 분화구에 착륙할 예정이다. 한때 존재했을지도 모를 화성 생명체 탐사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선정되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은 처음으로 목성과 태양 사이에 위치한 트로이 소행성군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선 루시(Lucy)를 발사한다. 12년간 태양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트로이 소행성군을 탐사할 예정이다. 트로이 소행성군에는 7개의 소행성이 있어 탐사선 한 대가 한 번에 탐사하는 소행성의 숫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가 중요한 것은 이곳에 위치한 소행성들이 우주 탄생과 태양계 생성은 물론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밝혀 줄 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들 소행성들은 대부분 어두운 표면을 갖고 있는 데, 탄소를 포함한 유기질이 표면을 덮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생명체의 소행성 기원설에 상당한 신빙성이 더해질 수 있다. 탄소 및 유기질이 포함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생명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주장이 성립되려면 일단 그런 특성을 가진 소행성이 발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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