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코비치 주기는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으로 수천 년 이상의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지구 공전 운동의 변화와 연관된 기후의 주기적 변화를 의미한다. 밀란코비치 주기 가설이 맞는다면 앞으로 수천 년 이내에 지구는 다시 빙하기로 돌아가리라 예측된다. 하지만 현재 지구의 온도변동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구의 온도가 높게 상승했던 시기는 많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가파른 상승 기울기는 전례가 없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급증해서 발생한 지구온난화다. 현재의 지구온난화가 10만 년 주기의 빙기-간빙기 반복을 압도할지 여부는 매우 흥미롭지만, 현재 가장 번성한 종인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무거운 주제다.
사실 놀라운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인류가 추위에 얼어 죽게 될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마찬가지로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올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점다.
과거의 역사가 그것을 보여준다. 90만~110만 년 전 사이에 호모 에렉투스가 유럽에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고대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약 112만7000여 년 전 유럽에서 호모 속이 사라졌다. 평균 약 20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수온이 7도까지 떨어졌다. 춥고 건조해진 환경 때문에 먹을 동식물을 부족하여 유럽에 고대 인류는 약 20만 년 간 발을 들이지 못했다. 이는 당시 유럽에 있던 빙상이 녹으면서 일어났다. 태양을 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 등이 변하면서 태양 에너지가 빙상을 녹이면서 민물이 북대서양에 대량 흘러들면서 염분이 낮아졌다. 염분 농도 하락은 북대서양 해류 순환시스템을 약화시켰다. 북대서양 해류는 지구의 열을 골고루 섞는 역할을 하는데, 유럽 빙상이 녹으면서 지구 저위도의 열기가 유럽으로 올라올 수 없게 됐다. 20만 년 후인 약 90만 년 전 추위에 적응하여 진화한 ‘호모 안테세소르’가 출현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오히려 결국은 추워졌다는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f4445
문제는 21세기에도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란 예고이다. 멕시코 만류 등 주요 해류를 움직이는 대서양 자오선 전복 해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가 빠르면 2025년부터 붕괴해 2095년엔 사라질 수 있다. 빠르면 2025년부터 멈추어 전 세계적인 재앙이 발생할지 모른다. 온난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인류는 다시 냉동 창고에 갇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