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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0만 년경 전후 인류 멸종 21세에도 가능


기원전 14만 년과 7만 년은 빙하기였다. 빙하기에는 북극해의 대부분이 얼음덩어리(빙붕, ice shelf)로 덮여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북극해와 인접한 북유럽 해는 대부분 민물이었고 두껍고 거대한 얼음으로 덮여 있었던 증거가 발견되었다. 수마트라 섬 화산폭발로 시작된 기원전 6만8000~6만 년경 빙하기와 그 이전 15만~13만년경의 빙하기에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북극해와 북유럽 해를 둘러쌓아 막아 이곳에 담수로 채운 것으로 보인다. 담수가 존재하면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북유럽 해까지 확장되어 대서양의 바닷물이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간빙기인 기원전 12만7천~11만3천 년경은 지구 역사상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높았고 해수면 높이는 6~9m 높았던 마지막 시기였기 때문에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이 시기 얼음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었다. 21세기 지구 온난화와 비슷한 기후를 보이고 해수면 높이는 6~9m 더 높았던 기원전 12만 년경 간빙기에도 북극해 얼음이 계절적으로 모두 녹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 간빙기의 평균 기온은 파리기후협정이 온난화 제한 목표로 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때 북극해에서 계절적으로 얼음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21세기 지누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1-023-01227-x


기원 전 약 11만 년경에는 대형 포유류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대멸종이 일어났다. 기후변화와 인류의 확산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마지막 빙하기가 지구 상당 부분을 얼음으로 덮은 뒤 곧바로 급속한 간빙기가 닥쳐 동물들은 서식지를 서둘러 옮겨야 했다. 인류는 유라시아에서 처음으로 아메리카와 호주 대륙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 사람을 처음 본 동물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삼았다. 이런 환경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은 덩치가 큰 동물이었다. 거대동물은 워낙 개체수가 많지 않은 데다 수명이 길고 출산율이 낮아 애초 멸종 위험이 크다.


빙하기와 간빙기에 살아남은 인간은 가장 머리가 좋은 종이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여 살아가던 기원전 13만5천 년~9만 년경에 아프리카대륙은 빙하기 이후 건조화로 인하여 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보면 당시의 인구수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는데, 학자들은 그 무렵의 인구가 2천 명 내외까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뭄이 끝난 후 인구는 원래의 수준을 회복했고, 인류는 약 40개 집단을 이루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흩어졌다. 또 다른 유전적 증거에 의하면 마지막 빙하기의 시작점인 10만 년 전에는 인간의 숫자가 아마도 1만 명 정도로 위험스럽게 작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천 명이던 1만 명이던 가뭄이 더 심했다면 우리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우리 인간이 지금 이렇게 문명을 이루고 아등바등 살아가게 되는 과정은 험난했고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우연’의 연속 이었다.


지구온난화로 북대서양 난류가 멈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멈출 경우 유럽은 강력한 추위로 몰려올 것이다. 유럽인들은 살 길을 찾아 남하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프리카도 다시 또 추워지고 더 건조화 되면서 또 다른 멸종의 길을 갈지도 모른다. 21세기는 예측불허의 시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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