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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백만 년 전의 인류 98.7% 멸종사건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서유럽 방향으로 점차 거주지를 확장해 약 150만 년 전에는 남유럽인 이베리아반도에까지 도달했다. 사실상 유럽 전역에 터전을 잡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독 90만~110만 년 전 사이에 호모 에렉투스가 유럽에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당시 인간 조상의 화석 및 고고학 기록이 상대적으로 드물고 고대 DNA 복원이 어려워 기후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내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해 유럽이 살 수 없는 땅이 된 것이다. 약 112만7000여 년 전 유럽에서 사람이 사라진 것은 갑작스러운 기후변화 때문이었다. 평균 약 20도이던 동부 북대서양 수온이 7도까지 떨어졌다. 춥고 건조해진 환경 때문에 먹을 것이 부족하여 유럽에 고대 인류는 약 20만 년 간 발을 들이지 못했다. 이는 당시 유럽에 있던 빙상이 녹으면서 일어났다. 태양을 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 등이 변하면서 태양 에너지가 빙상을 녹이면서 민물이 북대서양에 대량 흘러들면서 염분이 낮아졌다. 염분 농도 하락은 북대서양 해류 순환시스템을 약화시켰다. 북대서양 해류는 지구의 열을 골고루 섞는 역할을 하는데, 유럽 빙상이 녹으면서 지구 저위도의 따뜻한 열기가 유럽으로 올라올 수 없게 됐다.


이것은 유럽만의 국지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90만 년 전 전후 빙하기가 장기화되고 최고조에 달하고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세계적인 가뭄 장기화 등이 겹쳤다. 이로 인하여 인류 조상의 번식가능 인구가 1천280명으로 감소하는 멸종 위기를 겪었다는 연구 결과가 2023년 나왔다. ‘병목 현상’이 11만7천 년 간 지속되면서 인류 조상이 98.7%가 줄어들며 멸종 위기에 겪은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q7487


멸종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지구역사상 수많은 대멸종 그리고 소멸종이 이어졌다. 현재 살고 있는 생명은 지구상에 살았던 생명 종의 1%도 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로 북대서양 해류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이미 나왔다.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100만 년 전의 멸종이 재현될 수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of Ephesus, 기원전 535년~기원전 475년)의 말이 떠오른다.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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