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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온난화와 21세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993년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영화감독 노라 에프론(Nora Ephron, 1941~2012)의 작품이다. 영화의 시작은 아내와 엄마를 잃은 남편과 아이의 장례식과 함께 시작한다. 그 후 시애틀로 이사해 살기 시작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시애틀 동쪽 끝 볼티모어에 사는 여자와 결혼한다. 이 영화는 ‘운명적으로’ 마법처럼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낭만적인 사랑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불태워질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말한다.


기원전 약 2만 년경은 마지막 빙하기의 가장 추운시기였다. 기원전 약 2만5000년경에는 중앙아메리카가 정글이 아닌 사바나였다는 연구가 나왔다. 인간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기 전에는 지금처럼 우림지역이 아니라 사바나였을지 모른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기원전 1만1000년경까지도 북미 대륙에는 검치호, 다이어늑대 등 대형 포유류가 살고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대형 포유류는 기원전 1만~1만1000년 전경 자취를 감추었다. 기원전 1만 년경 아프리카 밖의 대형 육지 포유동물들은 대부분 멸종되었다. 땅늘보(Ground sloth)는 기원전 1만1000년에서 기원전 8천 년경 멸종한 현존하는 나무늘보의 친척뻘인 동물이다. 이들은 나무늘보와는 달리 주로 땅에서 살았고 무게가 4~5t으로 코끼리와 비슷한 크기였다. 인간이 아메리카로 이주하기 전에 땅늘보가 번성한 것은 먹이가 다양하였고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멸종이 주로 인간 때문이 아니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감에 따라 변하는 기후에 의한 것인지 오랫동안 논쟁해 왔다.


기원전 1만6천 년경부터는 점차 따뜻해지고 습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원전 약 1만3천 년경부터 기원전 약 8천 년경에는 온도차가 섭씨 5도 정도가 나는 온난기후와 한랭기후가 약 2년간 나타나고 사라지는 반복현상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5도의 차이는 사실 생명체에게는 엄청난 변화였을 것이다.


또한 기후가 급변하던 당시 북미대륙에서는 인간이 초래한 산불로 대형 포유류들이 멸종으로 내몰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캘리포니아 남부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온난화와 건조한 기후 그리고 인간의 사냥과 인간에 의한 화재로 인해, 기원전 약 11,000년경 멸종을 촉발했으며, 이에 따라 생태계가 영원히 바뀌었다. 수많은 동물이 멸종 전 천년에 걸쳐 이 지역 온도가 5도 이상 따뜻해지고 건조해졌다. 향나무와 참나무 숲은 사라지고 다른 식물들이 들어왔다.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은 300년간의 집중적인 화재를 겪은 흔적도 발견되었다. 기후 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멸종을 촉진했고 삼림지대를 차파랄 관목지대로 바꾸었다. 대형 포유류 동물도 종말을 맞이했다. 캘리포니아 남부뿐만 아니라 거의 동시에 대륙 전역에 걸쳐 일어났다는 증거도 있다. 2023년 캘리포니아 어바인을 방문했다. 산과 들판은 황량한 관목지대였고 야생 포유류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역사를 실감했다.


이후 지구기온은 따뜻하고 평온해졌다. 간빙기(Interglacial)는 빙하기에 빙기와 구분하는 전반적인 따뜻한 평균 기온을 보이는 시기이다.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시기는 홀로세 간빙기로 기원전 약 9천5백 년경부터 지속되고 있다. 간빙기 동안 툰드라 지대는 극지방으로 후퇴했고 툰드라 지역은 숲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인간은 최근 몇 백 년 동안 지구기온을 혼란에 빠뜨렸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 주, 캐나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호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에는 호주 산불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캥거루와 코알라 등 야생동물 5억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하여 코끼리와 코뿔소, 호랑이 같은 대형 포유류들이 멸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점점 극심해지는 산불로 생태계 전체가 일시에 멸종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말에 멸종되지 않은 대형 포유류들이다. 냉혹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은 포유류가 반대로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또 다시 멸종할 위기로 치달리고 있다. 그 멸종 종에 인간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제 사랑으로 잠 못 드는 시애틀이 아니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미주지역 그리고 하와이는 뜨거운 햇빛과 산불로 잠 못 이루는 ‘시애틀’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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