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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수술에 대하여


알코올 중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가족의 삶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 알코올 중독 위험을 알리는 경고 신호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신호는 필름이 끊기는 것이다. 과도한 음주로 뇌 기능이 마비되는 경험이다. 술을 깨려고 다시 술을 마시는 해장술도 신호이다. 또 하나는 가족이나 친구의 눈을 피해 몰래 마시는 술이다. 알코올중독 환자의 2/3가 이런 행동을 한다.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이란 나쁜 결과에도 불구하고 쇼핑중독, 인터넷이나 게임중독, 도박벽,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알코올의존증이나 중독 또는 폭음(binge drinking)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술을 싫어하는 이유는 선천적일까. 그렇다.


술을 좋아하고 술을 못하는 것은 선천적인 면이 강하다. 알코올 중독 같이 문제 있는 음주행위(problematic drinking)와 연관성이 있는 29개의 유전적 변이를 발견했다는 연구가 2020년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 19개는 전에 몰랐던 걸 새로이 찾아냈고, 10개는 전에 보고된 걸 재확인한 것이다. 이런 유전자 변이는 후손에게 유전될 가능성(heritability)이 크다는 것도 밝혀졌다. 부모가 애주가이면 자녀도 애주가인 것이다.


폭음은 뇌의 도파민 분비와도 관련이 있다. 알코올이 흡수되면 뇌의 보상중추(reward center) 안의 신경세포(neurons)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을 분출하게 한다. 기쁨의 화학물질(pleasure chemical)인 도파민은 술 마시는 사람 뇌에 ‘보상’ 받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음주를 계속하게 만든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이지만 인간에게도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술꾼이나 애주가들은 ‘다시는 술 안 먹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어느새 또 술잔을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알코올 섭취는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지만 만성적으로 마시면 뇌는 도파민 방출을 줄인다. 알코올에 중독되면 더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취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알코올 소비를 부추기는 뇌 속 물질 때문이다. 특정 신경전달물질(neurtensin)이 과음과 알코올중독을 촉진시킨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시키면 쥐들은 알코올을 찾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신다.


알코올중독을 의지로 고치는 것은 어렵다. 필자 주위에도 그런 친구들이 꽤 있다. 멀쩡한 친구이지만 술잔을 놓지 못한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치료 중 과도한 음주가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뇌수술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아직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간에게도 가능할 수 있다.


뇌수술로 특정 유전자를 원숭이 뇌에 전달하는 치료법으로 알코올 섭취가 90%나 극적으로 줄였다. 뇌 도파민 보상 경로가 재설정되면서 알코올 섭취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뇌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수반한다. 다른 일반적인 치료법이 효과가 없는, 가장 심각한 형태의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할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3-02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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