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다큐를 보면 우두머리였던 사자가 무리에서 쫓겨나 털도 빠지고 야생 들개의 공격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늙고 병들어 초췌한 모습이고 ‘우울’해 보인다. 실제로 사자나 쥐 같은 동물도 은퇴하면 우울증에 빠진다. 우두머리 쥐나 사자 또는 호랑이가 강력한 젊은 도전자에게 패하여 쫓겨나면 급격히 늙고 털도 빠지고 혼자서 맥없이 지낸다. 인간 같이 사회적 지위 또는 기능 상실로 급속하게 우울증이 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실망과 관련된 뇌 부위에서도 나타나며 식욕이나 생존욕구도 떨어뜨린다. 쥐를 대상으로 뇌의 관련부위를 조작하거나 우울증 약을 먹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회적 지위를 회복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주는 하나의 교훈은 점차 마음을 비워야한다는 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잡고 늘어지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오래 전에 은퇴한 대학 선배는 구속되어 감옥에서 몇 년을 살다가 나왔다. 잘 나가던 언론계 인사로 권력을 기웃거리더니 출마해서 국회의원을 했지만 철창 행으로 끝났다. 필자를 만나 자신의 ‘욕심’을 뒤늦게 후회했다. 그러다가 다시 욕심내어 기웃거리다가 또 무슨 법률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사자나 인간이나 생존해야만 하고 집단의 무리가 되려는 생물학적 요구로 살아간다. 그것은 피할 수 없고 살려면 해야만 하는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그런 욕구로만 살 수는 없다. 대학시절 한 ‘철학자’의 말을 평생 잊지 않는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쓸데없는 일만 한다고.
『나이가 든다는 착각』을 쓴 예일대의 베카 레비(Becca Levy) 교수 연구팀은 장년기의 미국인 660명을 23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7.5년이나 더 살았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부정적 인식하는 사람은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보인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15세 이상 사람 중 자기 건강 상태가 ‘매우 좋다’거나 ‘좋은 편’이라고 응답한 이는 31.5%로 OECD 평균인 68.5%의 반도 안 된다(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은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나이 들고 은퇴한 후 사람들은 은퇴 전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게 살아간다. 죽기 전에 실컷 즐기겠다는 사람, 끝까지 권력과 돈을 차지하려고 하는 사람 등…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의 ‘뒤태’가 나타난다. 뒤태라는 말은 오랜 전 어떤 기자가 쓴 말이다. 자신이 만난 사람 중에 앞태가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은 많아도 뒤태도 아름다운 사람의 거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이라면 죽는 순간까지 ‘생물학적’ 욕구만을 쫓아다니는 삶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