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사회

가족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드는 무덤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뇌 구조가 달라진다. 대뇌피질의 일부영역이 줄고 아기와의 유대감이 높아진다. 아기와의 유대감이 강한 엄마일수록 이러한 뇌 구조 변화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전두엽의 특정한 영역이 변한다. 다른 사람의 아기 사진보다 자신이 낳은 아기 사진을 볼 때 뇌 공감 영역이 훨씬 강하게 반응한다. 뇌의 이런 변화는 2년 가까이 유지된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 아버지가 되고 나서도 이 부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이자 아버지의 비극이다. 늙어서도 아버지는 ‘어려운’ 존재로 남는 생물학적 배경일 것 같다. 하지만 남자도 아기가 생기면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부모는 모두 아이가 생기면 뇌 피질에 변화를 보인다. 남자도 아이가 생기면 뇌가 바뀌는 것이다. 아빠가 된 남성들의 뇌는 아빠가 되기 전의 뇌와 뚜렷이 다르다. 주의력, 계획, 실행 등 기능과 관련된 피질 영역과 공감력, 시각 처리와 관련된 네트워크 영역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회백질 피질의 부피가 다소 감소한다. 이런 변화는 아기가 태어났다는 새로운 경험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드는 뇌의 능력(신경 가소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의 자녀사랑은 아름답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매우 생물학적인 면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랴. 까마귀도 가족은 배신하지 않는다. 먹이를 찾는데 도움이 되면 친구를 바꾸지만 가족은 끝까지 지킨다. 까마귀도 인간 같이 먹고사는 이해관계에 따라 배신하는 전략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자기 새끼나 형제자매, 짝짓기 파트너 등에게는 변함없이 함께한다. 까마귀는 인간같이 평생 같은 쌍이 짝을 이룬다. 그것은 자신의 유전자 즉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새끼와 그 가족을 지키려는 생물학적인 본능이다. 그런 ‘사랑’이 없는 개체나 종은 멸종했을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0808-7


아이를 낳으면 호르몬도 크게 변한다. 그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바다의 천재’라고 불리는 문어는 특별나다. 문어는 알을 낳으면 먹지도 않고 헌신한다. 알에서 새끼들이 나오고 첫 번식을 끝내면 결국 1년의 수명을 마친다. 마치 ‘삶의 의욕’을 상실한 듯 죽어간다. 1977년 문어의 이런 행동이 눈샘(optical gland)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어의 눈 샘을 없앴더니 새끼 보호 행동이 없어진 것이다. 2018년에는 문어가 음식을 안 먹고 죽어가는 행동을 할 때 콜레스테롤 대사와 스테로이드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분비의 극적인 변화 때문이다. 어미 문어의 눈 샘에서 콜레스테롤 전구물질이 나왔다. 사람도 이런 물질이 많아지면 심각한 발달행동장애를 일으킨다. 문어는 자신의 종을 먹어버리는 성향이 강해 태어난 새끼를 먹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 그렇게 진화했을 수 있다.


지나친 가족 이기주의는 생존에 불리했을 수도 있다. 집단을 이루고 사는 생물이 집단에의 충성심이 약하고 가족 이기주의만 팽배하면 다른 집단에게 패배할 수 있다. 인간 역사를 보더라도 ‘작은’ 집단에만 얽매이는 집단은 더 큰 집단을 이루어 힘이 강해진 집단에 의하여 멸절되었다.


가족 이기주의가 너무 나가면 가족을 위해서 불법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의 불행과 곤경까지 이용한다. 가족 사랑의 이름으로 뭐든 하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자아에 대한 사랑이나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자연적인 현상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적당한 한계를 넘어서면 죄악이 될 수 있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해 공분을 샀던 최순실씨 딸 정유라는 죄악이다. 자녀 입시에 부모 찬스로 기소된 조국도 죄악이다. 가족애가 배타적인 것이 되어 가면 사회는 무덤이 되고 만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아가는 세상이 숨도 쉬기 어렵고 피곤한 ‘무덤’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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