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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는 만난 적이 없다: 인류 아프리카 기원설


유대교, 그리스도교 및 이슬람교에 의하면 신이 인간 아담을 창조하였다. 아담은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하지만 신이 인간을 언제, 어디에서 창조했는지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음을 ‘신앙’으로 받아들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인간이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는 과학의 연구대상이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창조’되었으며 아프리카가 인류의 ‘고향’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 도처에서 다발적으로 출현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으나, 최근의 지배적인 발굴성과를 근거로 대다수 연구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야수가 넘치는 (아)열대 아프리카의 대규모 원시인 집단에서 유래했으며, 20만 년 전쯤 아프리카—시리아 지구대 동쪽, 잠베지 강 북쪽에 살았으리라 확신한다. 약 십만 년 이전에는 인간은 아프리카에만 존재했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은 유전자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유전학과 환경학적 연구결과는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이달투 화석은 현생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간주된다. 


1987년에 「네이처」에 논문이 한 편 실렸다. 유전학 연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논문으로 남은 이 논문은 147명을 대상으로 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이다. 이들의 모계 조상은 약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의 연구이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결과가 계속해서 더해졌다. 유전자 샘플 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기원은 아프리카에 있었다. 만약 당신이 모계 쪽으로 계속해서 유전자 계보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결국에 당신의 조상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조상이기도 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유전학자들이 그를 ‘미토콘드리아 이브’ 혹은 ‘아프리카 이브’라고 이름 붙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도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 이후 서부지역 아프리카에서 더 오래된 화석도 발견되었다.


가장 최근의 남녀 공동조상인 ‘Y염색체’ 아담과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완전히 다른 시기에 살았다고 여겨졌다. ‘Y염색체’ 아담과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그들의 유전체를 인류에 물려준 두 명의 개인을 지칭한다. 남성의 인류 공동조상은 5만년에서 11만 5천 년 전까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브는 9만 9천년에서 14만 8천 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산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2013년 연구에 의하면  Y염색체 아담은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이른 시기인 12만 년 전부터 15만 6천 년 전 사이에 살았다. 아담과 이브가 동시대에 아프리카에서 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만났을 가능성은 없다. 그들이 정확히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은 극히 가망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Y염색체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인간에게 물려줬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담과 이브와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기독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모든 미토콘드리아 DNA가 난자 세포에서 왔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모든 세포에 수천 개씩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정보가 오직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왜 모계유전이 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성숙한 정자가 난모세포와 결합한 직후 부계 미토콘드리아 DNA가 제거되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2023년 연구에 의하면 성숙한 정자에 미토콘드리아 수 자체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온전한 미토콘드리아 DNA가 거의 없어 부계 미토콘드리아 DNA가 수정란에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자와 수정되는 정자 속에 미토콘드리아가 100개 정도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전자 연구는 갈 길이 멀다. 모르는 게 많으니 할 일도 많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8-023-01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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