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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만 년 전 하이델베르크인의 통나무집과 『월든』


1908년 약 80만 년 전에 살았던 하이델베르크인 또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의 화석이 독일 하이델베르크 근교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의 뇌 크기는 1100~1400cc로 현대 인류의 뇌와 비슷하다.


하이델베르크인은 70~80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까지 살았던 고인류이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유럽과 아시아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80만 년 전 빙하기가 더 길고 추워지자 당시 살았던 하이델베르크인은 다양한 곳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16만 년 전까지 유라시아 지역으로 널리 이주했다. 이들의 화석은 아프리카에서 유럽과 영국 등에 분포되어 있으며 중국에서는 약 5만년 전경까지도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델베르크인은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겨울잠을 잤다는 주장도 있다. 스페인 북부 동굴에서 발견된 43만 년 전 유골에서 곰과 같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뼈에 남는 성장 장애와 유사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간의 조상도 곰처럼 겨울잠을 잤을지도 모른다는 증거이다. 물론 이런 가설은 무리이긴 하다. 매우 흥미로운 가설이지만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


아프리카에서 나온 30만 년 전 인류 화석을 보면 전형적인 하이델베르크인이지만, 그 뒤 26만 년 전 화석은 하이델베르크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이 같이 나타났다. 하이델베르크인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된다. 한때 초기의 호모 사피엔스로도 분류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으로 재분류되었다. 하이델베르크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보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무리라고도 보는 입장도 있다.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라는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친척이다. 아프리카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약 20만 년 전에 현생인류로 진화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이델베르크인이 50만 년 전부터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다는 증거가 나왔다. 목조 건축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칼람보(Kalambo) 폭포에서 발견된 약 47만 6000년 전의 고대 목조 구조물로 고인류가 목재를 사용한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주기적으로 물에 잠기는 지역에서 높게 지은 통로나 집의 기초였을 것으로 보인다. 잠비아에서는 30만 년 전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의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다. 고인류가 생각보다 유목 생활을 덜 하고 정착생활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목민이 남긴 목제 유물은 대부분 창이나 땅 파는 막대기처럼 들고 이동하기 쉬운 것들이다. 인류가 자연을 구조적으로 변형하기 시작한 시기가 놀랍도록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557-9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월든 호숫가에 살았던 헨리 소로(Henry D. Thoreau, 1817~1862)는 통나무집에서 살았다. 치열한 경쟁으로 지친 현대인이 가서 쉬고 싶은 숲과 호숫가의 통나무집이다. 사진작가 브리스 포르톨라노(Brice Portolano)는 헨리 소로의 『월든』을 읽고 ‘소로’들을 찾아 나섰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에 걸쳐 찾았다. 이것을 사진에 담은 책이『노 시그널』이다. 인간이 이룬 문명에 지친 인간들이 50만 년 고인류의 삶을 그리워한다는 아이러니이다.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모닥불의 온기가 가득한 삶이 그리운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모르고 사는지 모른다. 아니 무엇을 찾아야하는지조차 모르고 방황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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