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염색체와 남녀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차이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1970년 62.3년에서 50년 만인 2021년에 21.3년 늘어나서 83.6년이다. 기대수명은 0세의 출생아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말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국가 평균인 80.3년보다 3.3년 더 길다. OECD 국가 중 기대수명이 가장 긴 국가는 일본 84.5년 그 다음이 스위스이다. 그러나 남녀간 ‘불평등’이 있다. 우리나라 남녀 기대수명 차이는 1970년 7.1년이었고, 1985년 8.6년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2010년 6.8년에서 2020년에는 6.0년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남녀 간에 큰 차이가 없어 여자 64.9세, 남자 64.0세이다. 병을 앓는 기간이 여자가 5.1년 더 길기 때문이다. 여자의 유병기간은 20.8년, 남자는 15.7년이었다.


왜 남녀 간에 수명 차이가 날까.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염색체도 관련이 있다.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 있어서 둘 중 수명 연장에 유리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남자는 X염색체가 하나뿐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주장이 있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서 Y염색체도 잃기 시작한다. 이를 Y염색체 모자이크 손실이라고 부른다. Y염색체 손실은 1960년대 처음 발견되었다. 세포가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서로 다른 유전형이 몸에 섞이게 되는 것을 모자이크 현상(mosaicism)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고 Y염색체가 더 이상 복제되지 않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Y염색체는 X염색체의 10분의 1도 안 되는 71개의 유전자만 갖고 있다. 유전자 자체가 작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모자이크 현상이 축적되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사라져버린다.


70세 남성의 약 40%, 93세의 57%가 일부 백혈구에서 Y염색체가 없어진다. Y염색체가 줄면 심장질환과 퇴행성 신경질환, 암에 걸리기 쉽다. 남자가 수명이 짧고 암 발생률도 높은 것은 남성에게만 있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 때문이라는 연구가 있다. 70~80대 노인 1153명에게서 채취한 DNA를 분석한 결과 세포에 Y염색체 소실이 심하면 암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과 방광암도 남성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것도 Y염색체 때문이다. 실험에 의하면 남성의 암세포를 생쥐에 이식했더니 Y염색체가 감소한 쪽이 더 위험했다. 생쥐의 경우 Y염색체 유전자가 암세포 간 연결을 풀어 암이 다른 조직으로 퍼지는 것을 돕는다. 이 유전자가 제거되면 암세포의 전이가 준다.


Y염색체가 남자의 수명을 감소시키는 직접적인 증거도 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는 Y염색체에 있다. 사람의 경우도 비슷하다. 영국인 남자 1만500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백혈구의 40%에서 Y염색체 상실이 발생한 남성은 Y염색체가 더 풍부한 남성보다 순환계 질환으로 7년 내 사망할 확률이 31%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생물학적으로도 더 빨리 늙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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