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년 뉘른베르크 강령(Nuremberg Code)을 발표해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을 처음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1964년 세계 의사회는 헬싱키 선언을 통해 임상시험에 대한 윤리적 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에는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등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윤리적 논쟁의 범주가 확대됐다. 2000년대 초반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가 정한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은 배아 연구를 수정 후 14일 이내까지만 허용했다. 수정 후 14일이 지나면 원시선(뇌와 척수가 분리되는 원시 신경관 윤곽)이 생기는데 이를 생명의 징표로 삼은 결정이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도 수정한 지 2주가 안 된 ‘초기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초기 배아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철학 계에서도 입증하였다. 초기 배아는 가소성이 있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단일체로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나와 수정 시부터 존재하기 시작한 접합체와는 다르다. 이 연구에서 초기 배아는 수정 후 최소한 10일까지가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https://doi.org/10.1215/00318108-9743822
초기배아에 대한 엄격성과는 달리 낙태이슈로 오면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의 낙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한 자료에 의하면 연 5만 건이라고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는 연 100만 건으로 추정한다(2018). 낙태문제는 ‘태아의 생명을 언제부터 인정할 것인가?’라는 과학적 이슈와 더불어 인간(여성)의 자기결정권 같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다. 태아를 언제부터 생명으로 볼 것인지 과학자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낙태 논란은 정치적 논쟁의 성격이 크다. 미국은 낙태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대표적 문화 쟁점이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체로 여성의 선택권을 지지하며 공화당 지지자들은 태아 생명권을 우선시한다. 미국은 1970년대에 낙태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유럽은 낙태를 폭넓게 허용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임신 24주전에는 낙태가 허용되고, 스위스,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은 10~12주 전까지 허용된다. 가톨릭 신자가 90%에 이르는 아일랜드는 2018년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헌법」8조를 폐지했다. 가톨릭이 강한 남미는 낙태에 엄격하다. “임신된 순간부터” 태아가 인간이라는 생각은 교회 내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 제정 이후 66년 만에 사실상 폐지되었다.
인간에 대한 연구에서는 2주가 지나면 인간이고 낙태에서는 몇 달이 지나도 허용된다는 이중기준. 생명이, 인간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존재하는지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생명이 무엇인지도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태아가 언제부터 인간인지에 대해서 어떤 종교문서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적 의학적 목적으로, 정치적 권리의 관점에서 인간이 필요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까?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