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은『코스모스』에서 자연 앞에 선, 우주 앞에 선 작은 인간을 묘사했다. 우주의 경이로움 앞에 선 인간은 초라함과 왜소함을 느끼고 무력감이 찾아온다. 그래서 칼 세이건은 우주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즉 과학을 통해서 허무함을 극복할 수 있음 보여준다. 그가 쓴『코스모스』는 인간이 나아갈 미래에 대한 성찰이 스며있다. ‘생각하는 별 먼지’라는 자각은 인류가 우주 한구석의 미물이지만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된, 그리고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하는 존재로 나아가고 있다.
조그마한 어린이처럼 진실 앞에 바로 앉아라. 그리고는 기존의 관념을 모두 던져버릴 준비를 하라. 그게 절망의 구렁텅이더라도 자연이 이끄는 곳을 따라 가라. 그렇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토마스 헉슬리(1825~1895)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많아지고 늙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게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눈을 뜨면 새로운 것을 읽어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갈수록 세계를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 호기심과 사랑이 함께 간다. 세계의 경이로움을 들여다보면서 조용히 죽음을 떠올린다. ‘알 수 없음’에 평화로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죽음이 찾아오면, 메리 올리버(Mary J. Oliver, 1935~2019)
죽음이
가을의 허기진 곰처럼 찾아오면
나는
호기심 가득 안고
그 문으로 들어서고 싶어ᆢ.
그리고
각각의 삶은 한 송이 꽃
들판의 데이지처럼
흔하면서도 유일한ᆢ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삶이 끝날 때, 나는
특별하고 참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한숨짓거나 겁에 질리거나 따져대는
나를 발견하고 싶지 않아.
2023.10.6~10.20. 해외트레킹으로 글을 거의 쓰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