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은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말한다. 영국의 경우 부유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기대수명 격차는 뚜렷하다. 부촌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8세, 빈촌에서 태어난 아이는 76세였다. 무려 12년이나 차이가 났다. 부유한 사람들의 선천적 유전자가 우월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요인도 강할 것이다. 캐나다에서 연구한 자료를 보면 빈곤한 도시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실제로 주거 불안이 흡연이나 비만보다 생물학적 노화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를 밝힌 연구가 2023년 발표되었다. 생물학적 노화란 신체 조직이나 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한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가속화된다.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주택을 임차해 거주하는 사람은 ‘연간’ 약 17일 더 빠르게 생물학적 노화가 일어났다는 연구가 나왔다. 비만인 경우 생물학적 노화 가속도보다 2배, 흡연의 경우 보다는 50%, 실직한 경우보다 일주일가량 더 노화속도가 빨랐다. 임차료를 체납했을 땐 연간 12일, 임대비용에 부담을 느끼면 연간 5.5일, 원치 않는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연간 3.3일 노화 속도가 빨라졌다.
https://jech.bmj.com/content/early/2023/08/17/jech-2023-220523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수백억 원을 목숨까지 내걸고 참여하는 게임이다. 게임 참가자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하고 사채와 도박판을 전전하던 사람이 당뇨병에 시달리는 어머니 치료비가 없어 참가했다. 사연은 많았다. 오징어 게임은 승자가 다 갖는 제로섬 게임(zero-sum)이다. 우리 사회는 제로섬 게임이 작동하는 걸까. 피곤사회로 치닫는다.
유럽연합 31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루마니아, 포르투갈 같이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지위 불안이 높고, 덴마크, 스웨덴 같이 평등한 국가들에선 낮았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고 판단할지를 더 걱정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불평등이 커지면 경쟁이 협력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열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진다. 영국에서 소득 최하위 계층의 남자는 최상위 계층 남자보다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35배 높았다. 반대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자신이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와 자기도취가 나타나서 관심 끌기, 자만, 자신의 재능과 업적을 과장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술과 쇼핑 등에 의존하는 중독이나 과시적 소비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불평등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사람의 행복을 막는다.
그러나 연구는 그와 상반되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소득불평등 수준과 그 구성원의 건강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한 4편의 연구를 모아 함께 출판했다. 어떤 공동체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예외가 있다는 것이지 반증은 아니다.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의 저서『평등해야 건강하다』(2008년 번역출간)는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는 사회적 관계의 질과 신뢰, 유대감이 떨어지고 경쟁이 심화되어, 사회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하여 당뇨, 우울증과 같은 여러 만성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우리나라는 경제 불평등이 심하고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더욱 악화될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