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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년 전 백인 출현과 네덜란드 운하 생태계

기원전 25~20세기경 흑해와 카스피 해 사이 코카서스 지방에 철기를 사용한 인도유럽어를 쓰는 아리안이라 불리는 백인 유목민들이 살았다. 이들은 기후 변화로 초원이 사라지자 철기와 전차로 무장하여 주변 청동기 부족들을 정복해나갔다. 이들이 유럽, 이란 그리고 인도로 이주했다. 이러한 이주과정에서 조로아스터교와 브라만교가 탄생했고,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영향을 주었고 브라만교는 인도 전통 종교와 결합해 힌두교로 나아갔다.



1950년대 미국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Marija Gimbutas)는 ‘쿠르간 가설’을 제안했다. ‘쿠르간’은 터키어로 ‘언덕’이라는  단어로 매장방식에 의해 문화를 구분하였다. 러시아 남부지방 초원지대의 쿠르간(Kurgan)이라는 ‘봉분 있는 무덤’ 매장방식을 가진 문화를 ’쿠르간‘이라고 불렀다. 봉분(封墳)은 흙을 쌓아올려 만든 둥근 모양의 무덤을 말한다. 쿠르간 가설에 의하면 기원전 5천 년경~기원전 3천 년경에 흑해 북쪽에 살던 사람이 처음 말을 사용하여 주변지역을 정복해 나가면서 쿠르간 분묘와 문화가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1987년 영국의 고고학자 앤드류 랜프류(Andrew C. Renfrew)는 인도유럽인이 훨씬 더 이전인 기원전 7천 년 이전에 소아시아(터키)에서 건너온 농경민족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이 발칸반도를 지나 흑해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기마민족이 되어 유럽과 북인도 지역을 정복해 나갔다는 것이다.


유전학과 생물학이 발달하면서 미국 유전학자 루이기 루카 카발리-스포르차(Luigi Luca Cavalli-Sforza. 1922~)는 유전자 연구에 기초하여 설명한다. 쿠르간 문화와 관련된 유전형질은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인도, 이란, 유럽에 흔하고 그 주변으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소아시아에서 유래한 농경민족이 발칸반도로 그리고 북쪽의 흑해 북안으로 이주해 기마민족이 되어 유럽과 북인도 지역을 정복해 나갔다. 간단하게 말해 백인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처음부터 세상에 흑인, 황인, 흑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랜 우여곡절 끝에 켈트와 게르만 인이 네덜란드로 이주하여 들어와 살았다. 기원전 8천 년 이래 설치류 비버(beaver)는 네덜란드에서 흔한 포유류였다. 비버는 하천이나 늪을 깊게 파서 나무, 흙, 돌 등으로 나뭇가지 사이에 쌓는다. 비버의 흔적이 많은 곳에서는 수달, 멧돼지, 갯장어, 잉어 등의 흔적도 많다. 따라서 물고기, 물새, 식물들이 번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하여 당시 사람들은 비버가 만들어낸 환경에서 살았다. 비버 자체도 인간의 사냥감이었을 것이다. 비버를 사냥하고 물고기 등을 잡아서 섭취하고, 비버의 뼈나 이빨 등은 도구를 제작하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https://doi.org/10.1177/09596836231200444


네덜란드에 들어와 살았던 백인들은 이렇게 살았다. 그 후 오랜 세월에 걸쳐 제방과 수로를 만들어 오늘날 네덜란드가 형성되었다. 그곳에 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왔다. 풍차와 수로 등을 돌아보면서 비버가 인간역사의 중요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비버는 19세기에 네덜란드에서 멸종해서 사라졌다. 오늘날 네덜란드에선 비버와 비슷한 외래종인 비버랫(Beaver Rat)과 퇴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의 25% 정도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제방과 수로가 많다. 비버랫은 물속에서 제방에 굴을 만들어 누수위험이 크다. 비버가 인간에게 유리한 생태계를 만들었지만 이제 생존에 위협이 되었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원임을 느끼는 아이러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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