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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 교잡했던 인간 그 기원의 불확실성


원숭이와 유인원 그리고 인간 같은 영장류는 나무에서 살아왔다. 먹이를 찾거나, 포식자를 피하거나, 그늘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동아프리카가 장기간 건조기후가 지속되면서 숲 서식지가 감소하고 사바나가 되었고,  인간은 나무에서 내려와야 했다. 나무에서 살아가던 유인원으로부터 인간의 조상인 사람 족으로 분기한 것이다. 또한 건조한 초원 지역이 많아지면서 대형 초식 포유류, 즉 사람이 사냥할 수 있는 영양과 얼룩말이 번성하였다. 과거 동아프리카는 울창한 숲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건조한 사바나 초원이 펼쳐져 있다. 메마른 사바나로 변화되면서 나무에서 살아가던 영장류에서 풍요로운 초원을 돌아다니며 사냥하는 두발 보행으로 진화하였다. 


인간의 어깨와 팔꿈치는 여전히 침팬지와 유사한 구조이다. 원래 나무에서 살았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으로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유연한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발달했다. 어깨와 팔꿈치 관절이 미세한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동장치 역할을 했다. 인간이 땅으로 내려오면서 팔과 어깨가 새로이 진화했다. 인간은 직립보행으로 진화하면서 나무와 땅을 오가는 단계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때 나무와 땅을 안전하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어깨와 팔꿈치 구조가 진화했다. 인류가 나무에서 생활하다가 이족보행을 하는 사냥꾼이 될 때까지도 침팬지처럼 나무를 보다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특징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의 건조화로 유인원은 나무에서 내려와 새로 나타나는 사바나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숲이 사라지면서 먹이를 찾아 초원으로 나왔고 직립보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인간이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아프리카의 사바나가 그 원인이다. 


사람과 침팬지를 합쳐 사람 족(Hominini, ‘호미니니’)이라고 부른다. 침팬지도 사람 족에 속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은 누구일까?


2002년 프랑스의 미셸 브뤼네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2001년 중앙아프리카 차드 공화국에서 발견한 원인(猿人) 두개골 화석 표본이 600만~70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투마이(Toumaï) 원인’이라고 불리는데 가장 오래 된 것이다. 두개골 용량과 몸의 크기는 침팬지와 유사하면서도 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이 침팬지와 함께 공통 조상에서 갈라지기 시작할 무렵에 등장한 최초의 원시인류인 셈이다. 하지만 직립보행 여부는 해부학적으로 골반 뼈를 근거로 해야 하며 두개골의 뒷부분만 보고 추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반론도 있다. 인류의 조상은 아프리카 동쪽에 모여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비교적 서쪽에서 발견되면서 인류가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버드 대학 브로드연구소와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팀은 이 화석은 최초 원시인류와 침팬지 사이에 교잡(이종교배)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주장을 했다. 이들은 인류와 침팬지가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기존 학설보다 훨씬 오래 전인 천만 년 전부터이며, 그 후 400만년 동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인류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이 완전히 갈라지기까지 약 400만년이나 걸렸고 그 사이에 교잡해 잡종을 낳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류와 침팬지의 분화가 완료된 시점은 약 630만 년 전 내지 540만 년 전으로서, 기존의 700만 년 전이라는 주장보다 약 100만년 늦다.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일부는 천만년 동안 전혀 섞이지 않은 반면 일부는 630만 년 전 이후에도 접촉했음을 나타내는 연구결과를 그 증거로 제시했다. 인간과 침팬지의 게놈 가운데 일부는 완전히 달라 거의 1천만년동안 섞이지 않았음을 보여주지만 일부는 630만 년 전 이후 접촉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두 종이 갈라져 나가긴 했으나 서로 교배하다가 결국 완전히 다른 종으로 분화한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태어난 것은 복잡한 ‘교배’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침팬지도 결코 인간과 별개로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분은 착잡하지만.


이런 가운데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을 발견했다는 연구가 나왔다. 2004년 스페인 북동부에서 1천500만~700만 년 전 살았던 유인원(Pierolapithecus catalaunicus) 두개골이 발견되었다. 이를 복원한 결과 유인원과 인간의 공통 조상임이 드러났다. 전체적인 얼굴 형태와 크기가 유인원과 유사하지만, 다른 마이오세(Miocene, 약 2303만 년 전~533만 년 전) 중기의 유인원에게서는 볼 수 없는 얼굴 특징도 가지고 있다. 유인원과 현생 인류가 갈라지기 전의 공동 조상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들의 두개골의 형태와 크기가 지금까지 조사된 어떤 종보다 현생 유인원 및 인류의 진화 조상과 더 가깝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218778120


인간과 침팬지의 조상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인간 자체가 불확실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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