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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창조자 "비대칭"(이 글 읽으면 하루가 힘듦)

표준 모형은 자연계의 기본 입자와 그 상호작용(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을 다루는 게이지 이론이다. 중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1964년 피터 힉스가 입자의 질량에 관여하는 ‘힉스(Higgs)’ 입자를 제안했다. 2021년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1933~2021)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힉스입자를 표준모형에 사용했다. 또한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합해 표준모형(Standard Model) 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는 1967년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합할 수 있는 이론을 처음 제시했다. 이 공로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전자 같은 ‘기본’ 입자를 설명하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에 따르면 물질에는 반드시 질량 등 물리적인 성질이 같지만 전하만 반대인 반물질(antimatter)이 존재한다. 즉, 양성자, 전자, 중성자 등의 물질은 그와 반대의 전하를 띤 반양성자, 양전자, 반중성자 등이 있다. 전자뿐 아니라 다른 입자들도 자신과 짝을 이루는 반입자를 갖는다. 쿼크의 반입자는 반쿼크(antiquark)이고, 양성자의 반입자는 반양성자(antiproton)다. 양성자와 전자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도 반입자가 있다. 반양성자와 양전자로 만들어지는 반수소(antihydrogen) 원자다. 전자의 경우에만 다른 반입자보다 먼저 이름이 붙여졌다는 단순한 역사적 우연으로 반전자(antielectron)가 아닌 양전자(positron)라고 부른다. 양전자가 반전자다.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는 전자와 반대로 (+) 전하를 띤다는 것 외에는 전자와 모든 것이 똑같다. 원자는 쿼크들로 이루어진 핵과 렙톤인 전자로 구성되고, 쿼크와 렙톤은 제각각의 반입자가 있다. 그래서 원자에도 반원자가 존재한다. 수소의 반입자인 반수소도 수소 원자와 똑같은 성질을 가졌다.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입자들은 반입자와 쌍을 이룬다. 


질량을 가진 물체가 공간에 중력장을 만든다는 것이 뉴턴의 보편중력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은 이와 달리 물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리면 이렇게 휘어진 시공간 안에서 물체는 가능한 가장 짧은 경로로 움직인다. 뉴턴은 중력이 작용해서 사과가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아이슈타인은 휘어진 시공간 안에서 사과는 가능한 짧은 경로로 움직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물질은 중력에 의하여 아래로 떨어지니 반물질은 반대방향으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할 수 있다. 상상일 뿐이다. 반물질도 물질과 같은 방향의 중력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의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에 의하면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은 같다. 입자와 관성질량이 같은 반입자도 중력장 안에서 같은 크기의 힘을 같은 방향으로 받는다. 물질과 반물질은 같은 방향의 중력이 작용한다는 것은 2023년 실험에 의하여도 확인되었다. 사과나 반 사과나, 인간이나 반 인간이나 아래로 똑같이 떨어진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527-1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이 곧 에너지다. 1945년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은 핵반응 전후의 질량 차이가 0.7g에 불과했다. 이렇게 작은 질량이 에너지로 변했는데도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질량을 가진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함께 소멸하면서 질량이 0인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반입자가 존재하더라도 주변의 입자와 만나 에너지를 방출하며 곧 사라져버린다. 


반물질은 우주의 기원과 관련이 있다. 빅뱅 당시 입자와 반입자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진공으로부터 저절로 생겨났다. 그러나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쌍 소멸하며 에너지로 바뀐다. 빅뱅 후에는 다시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쌍 소멸하며 사라졌다. 입자와 반입자가 정확히 같은 양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쌍으로 만나 모두 소멸했다면 우주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물질과 반물질이 정확히 같은 양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쌍으로 만나 모두 소멸했다면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빅뱅으로 시작한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었다. 물질과 반물질이 대칭적이지 않아 남은 물질이 우주를 만들었다. 빅뱅에 의해 생긴 양자요동으로 우주가 탄생하고 중력에 의하여 물질이 뭉쳐져서 항성, 행성과 은하, 태양과 달, 생명과 인간이 탄생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독자도. 


대칭적이라는 말은 물질과 반물질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 같다는 말이다. 반대로 대칭성이 깨졌다는 말은 둘 사이에 무언가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에 작용하는 물리법칙이 달라서 생성량에 차이가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입자와 반입자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졌을 확률은 작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런 대칭성이 깨지면서 반물질이 물질보다 빨리 사라졌고 그 결과 물질로 이루어진 현재의 우주가 탄생했다.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물질과 반물질이 정확히 대칭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은 양이 아니었거나 둘의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질이 일부 남아 우리가 된 것이다!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이 깨지려면 우주의 처음 몇 초 동안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그 같은 사건을 일으켰는지는 아직 모른다. 빅뱅 당시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분의 1만큼 많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이 미미한 비대칭 때문에 물질이 남았고, 최종적으로 물질로 구성된 우주가 생겨났다. 그리고 ‘약간의 비대칭’ 때문에 남은 물질이 급팽창(인플레이션)을 하면서 우주가 형성됐다. 비대칭으로 우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 중에 물리학자 마르셀로 글레이서(Marcelo Gleiser)가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최종 이론은 없다』에서 빅뱅 후 반물질과 물질의 양이 똑같았다면 우리 우주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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