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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쓴 ‘인간’ 신화의 시대

먼 옛날의 인간에게 세계는 불가사의하고 두렵고 신비한 곳이었다. 그들은 우주나 자연이 돌아가는 ‘과학적’ 원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 모든 것은 상상으로 이루어진 신화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 인도인들이 상상한 우주는 과학시대를 사는 우리와는 너무도 달랐다. 커다란 코브라 위에 거북이가 있고, 그 거북이의 위에 바다에 둘러싸인 중심에 인도가 있는 원반 모양의 대륙을 세 마리의 코끼리가 떠받치고 있고, 다시 그 위를 네 마리의 코끼리가 타 있으며 그 위에는 태양, 달, 별이 돌고 있으며 그 위엔 신이 존재하는 우주이다. 


그래서 우연이나 운명의 여신 ‘티케’ 같은 신이 신화에 등장하였다. 지금은 고대 그리스 신화가 가장 널리 알려졌고 유명하지만 사실 세계 어디에나 각자 자기만의 신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신화는 유사하다. 혼돈에서 질서가, 형태가 없는 것에서 형태가, 균일한 것이 다양함으로 바뀌면서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신화는 말한다. 이렇게 창조된 우주에서 신들이 알이나 물과 흙을 재료로 인간을 만든다. 이러한 신화는 나중에 결국 종교로 남았다.


고대 신화의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고등종교가 등장하고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점차 신앙과 종교의 시대로 바뀌었다. 중세 유럽은 ‘신의 섭리’가 지배했다. 세계는 신이 창조한 그대로이고 인간도 항상 인간이었다고 믿었다. 중세에는 지구가 중심이었고, 인간의 위치는 확실하고 뚜렷하였다. 인간의 발밑에는 지구의 단단한 터전이 있었고, 그의 머리 위에는 ‘하느님’과 그 천사들의 처소가 되는 하늘이 궁창도 탄탄하게 펼쳐서 있었으며, 인간은 창조 계 중심에서 든든하게 터를 잡고 살았다. 천국은 ‘하늘(heaven)’이었고 그곳에 하늘의 신(‘하느님’)이 살았다.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하느님’은 ‘하나님’으로 대체되었고 하늘은 천국이 아니라 우주라고 부른다.


오랜 세월 신화와 종교는 인간이 윤회를 거듭하는 고통 받는 존재이거나 신이 만든 특별한 지위를 갖는 창조물로 설명하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말을 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한 때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20세기 말에 우주론과 진화론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는 우주 즉 ‘흐르지 않는’ 세계를 전제로 하였다. 짧은 시간 세상을 살다가는 인간의 눈에는 우주와 인간은 항상 일정했기 때문이다.


근대에 들어와 종교의 힘은 약화되었고 ‘이성’이 역사를 보는 눈이었다. 신화와 신앙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점차 이행하였다. 신화는 이성과 역사로 대체되고 다시 과학이 종교적 세계관을 폐기하였다.


오랜 세월 역사라고 하면 선사시대부터라고 생각되었고 역사의 주체는 인간이었다. 『창세기』도 ‘하느님’이 6일 만에 천지를 창조했고 곧 인간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한다. 문자가 나타난 이래 인간의 역사서도 모두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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