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른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며 인간문명에 자부심을 갖는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에 비하여 분명 대단한 존재이다. 그러나 까맣게 모르는 것은 인간의 문화도 진화의 유산이라는 점이다. 문화는 결코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다. 인간 이외의 동물도 문화가 있다는 것이 보고된 것은 1949년이다. 50년 이상 전에 알려졌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지는 무지를 낳는다. 예를 들어 영국의 박새가 가정에 배달된 병 우유의 뚜껑을 쪼아 그 위에 고인 크림을 먹는 일이 발생하고 그 후 10년만에 영국 전역에서 그런 일이 박새들 사이에 퍼졌다. 1960년대에는 새들의 노래가 지역마다 다르며 학습으로 전승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래도 새로운 사냥기술을 전수받는다. 혹등고래 한두 마리가 거대한 꼬리로 수면을 쳐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아먹는 기술이 나왔는데, 이후 27년 동안 전수되어 600마리가 따라했다. 잠비아의 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사는 암컷 침팬지가 지푸라기를 한쪽 귀에 꽂고 다녔다. 그 후 1년 사이 같은 무리 12마리 가운데 8마리가 이를 따라 했다. 이 모습을 한 번 본 이웃 침팬지 무리 3마리도 따라했다. 침팬지에게도 유행과 문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명품가방을 서로 경쟁적으로 사서 들고 다니는 문화는 진화와 함께 여러 동물에서 기원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2021년 4월 <사이언스>에 게재된 리뷰 논문은 70년 동안 이루어진 동물행동 연구를 검토하여 동물의 문화현상을 설명해주었다. 인간이나 영장류뿐만 아니라 새, 물고기, 곤충도 자신의 문화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동물이 새끼일 때는 주로 부모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커갈수록 집단의 다른 동물로부터 배운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동물이 있는 경우 따라다니며 배우기도 한다. 인간의 아이들도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학교에서 선생님 집단으로부터 그리고 대학원에 가면 지도교수로부터 배운다. 동물들의 교육과 문화전파에 대한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초파리 암컷이 짝짓기 때 특정 수컷을 선호하자 다른 초파리 암컷도 비슷하게 수컷을 골랐고 이후 대를 이어 지속했다. 영국에서는 종이 마개로 막은 우유병으로 우유를 배달했는데 박새들이 마개를 입으로 쪼아 열고 먹었다. 그래서 알루미늄 마개로 우유병을 막았더니 박새들은 금방 이 마개를 쪼아 여는 법을 터득하였다. 더욱이 이런 방법을 서로 배워 영국 전역의 박새들은 병 속의 우유 크림을 쪼아 먹게 되었다. 일본 고시마 섬에 사는 원숭이는 고구마를 그대로 먹었었다. 그런데 어떤 원숭이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자 다른 원숭이들도 따라했고 이후 세대의 원숭이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푸른 박새(blue tit)와 박새(great tit)들의 알을 서로 바꿔 놓았더니 둥지에서 부화한 아기 새들은 각각 종이 다른 양부모 새들이 선호하는 먹이를 사회적으로 배웠다. 성인으로 자란 유인원이이나 영장류는 새로운 집단에 합류하면 그곳의 문화를 배운다. 이들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른다.’ 야생의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래나 돌고래 등이 도구 사용이나 털 고르기(grooming),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등의 관습들이 지역 사회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혹등고래(humpback)의 경우 새로운 노래 발성이 다른 집단들에게 빠르게 전파되었다.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문화의 특이성, 언어의 다양성 같은 것이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동물이 문화를 물려받는 것은 널리 보편적으로 퍼져있다. 문화적인 것과 진화는 상호작용도 한다. ‘문화차이’로 다른 먹이를 먹게 된 범고래의 소화기관이 다른 형태로 진화한다. 같은 동물이라도 지역이나 무리에 따라 문화가 다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보면 인간의 문화가 오랜 진화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인간의 문화와 관습들은 셀 수 없는 수준으로 많다는 것, 세대를 거쳐 축적되는 문화의 진화 양상이 정교하고 점진적이라는 것, 관습을 학습할 때 모방의 수준이 매우 높고, 때로는 모방을 뛰어넘기도 한다는 것 등의 차이가 있다.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나 홀로 있는 생명도 문명도 아니다. 지구외의 생명은 이제 막 찾기 시작했다. 우주는 거의 무한하게 커서 우주에 생명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지구상에서도 인간은 나 홀로 문명을 가진 것도 아니다. “We are not alone.” 이러한 주장을 한 논문초록의 첫 문장이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37/eabe6514


인간이 보석과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고 고급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인간고유의 것이 아니다. 진화과정에서 앞선 동물의 행동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특히 유인원의 서열본능이 인간에게까지 이어진 것이다. 당신이 자랑스럽게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고 고급차를 자랑스럽게 몰고 다닌다면 유인원의 문화유산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과거에는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그러나 21세기 과학시대에는 생물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고 문화를 창조하는 존재라고 정의한다면 오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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