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남자의 뇌가 여자보다 더 크지만 지능에서 성별에 따른 지적 능력의 차이는 없다. 남성과 여성의 뇌를 구별하는 보편적인 표식도 없다.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 30년에 걸쳐 남녀의 뇌를 연구한 수백 개의 뇌 영상 연구를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연구에서 뇌의 성차에 대한 뚜렷한 차이점이 없었다. 대뇌 피질 내 특정 영역의 부피나 두께는 종종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차이가 나는 영역이 연구마다 크게 다르다. 남자는 좌우뇌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반면 여자는 더 잘 연결되어 조화롭게 작용한다는 견해도 반박되었다. 좌우뇌의 연결성 차이는 1% 미만일 만큼 미미했다. 남자가 뇌졸중 같은 뇌 손상 장애에 더 취약하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자폐증 진단을 네 배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증거로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견해도 반박되었다. 이는 의사가 가진 편견이나 진단 기준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필자의 설명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왜냐하면 수학계나 과학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 여성의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20% 정도이다. 수학과 통계는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는 여성이 40% 정도로 높지만, 박사 학위에 이르면 29%로 떨어진다. 지난 10년 간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여학생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2018). 이런 자료를 보이는 그대로 읽으면 누구나 필자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2019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은 15세의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세 분야의 능력을 시험한다. 읽기 분야에서는 여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수학과 과학에서는 남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왔다.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결과를 분석했다. 시험 시간이 길수록 뒤에 있는 문제일수록 남녀 모두 정답률이 떨어졌다. 뒤쪽으로 갈수록 어려운 문제가 나왔기 때문도 아니었다. 뒤쪽으로 갈수록 남학생의 정답률이 더 많이 떨어졌다. 수학은 시험초기에는 남학생의 성과가 뛰어났지만, 뒤로 갈수록 남녀가 거의 똑같아졌다. 시험 시간이 길수록 수학, 과학 분야에서 남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1992년부터 2022년까지 30년간 과학자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상위 연구자’ 가운데 성별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분명한 증거이다. 1992년 이전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중 남성이 여성보다 3.93배 많았다. 2011년 이후에는 이 수치가 1.36배로 줄었다. 인용 지표를 기준으로 상위 2%에 속하는 연구자는 1992년 전까지만 해도 6.41배였으나 1992~2001년에는 3.48배, 2002~2011년 2.74배, 2011년 이후에는 2.28배로 줄었다. 선진국에서 감소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선진국일수록 남녀차별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남녀차별이 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시간이 지나면서 성별 불균형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과학 분야에서는 추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여전히 174개의 분야의 젊은 과학자의 구성을 보면 여성 연구자가 남성 연구자보다 많거나 상위 연구자 내 여성이 더 많은 분야는 32개(18%)뿐이었다. 여성연구자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더라도 정교수로 승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읽기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오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되었다. 수학에서는 한 문제라도 꾸준히 생각하고 오랫동안 집중해서 푸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이 오히려 수학에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이런 연구는 앞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묻힐 수 있는 재능을 살릴 수도 있는 일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학업 성취도에 대한 국제비교를 위해 3년 주기로 국제학업 성취도평가(PISA)를 실시한다. 전 세계 80여 개 국가의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3개 분야에 대한 평가이다. 그 결과를 보면 많은 나라에서 읽기는 여학생이 강세를 보이지만 수학, 과학 분야는 남학생의 성적이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남녀 간 차이가 생물적 요인 때문인지, 문화적 요인 때문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이 논란을 벌인다. 그러나 2015년부터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에서 여학생이 모든 분야에서 남학생을 앞질렀다.
남성과 여성의 수학 능력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지는 알아내기 어렵다. 근본 원인을 알아내려면 외적인 환경요소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지금 당장은 선천적인 능력을 판단하기에 너무 많은 요소가 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