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물리학 분야에서는 자신들이 ‘미지의 세계’에 직면한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리학자들이 있어왔다. 즉 물리학은 이제 우주를 완전하게 이해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상상은 과학혁명이 일어나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러나 과학의 혁명을 가져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제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상상했다. 20세기 초까지 많은 물리학자가 뉴턴 물리학이 ‘완벽한’ 진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과 양자물리학이 등장하면서 그러한 믿음은 붕괴되었다. 오늘날 ‘제정신인’ 과학자라면 조만간 우주는 모두 파헤쳐질 것이라는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현대물리학이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그리고 어디에서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극단적 초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이 1991년과 2021년에 발견되었다는 연구결과가 2023년에 발표되었다. ‘오 마이 갓 입자(Oh-My-God particle)’로 명명된 1991년 입자와 아마테라스 입자(Amaterasu particle)로 명명된 2021년 입자이다. 2021년 포착된 우주선 입자는 에너지가 244EeV(Exa-electron volt, 엑사 전자볼트=10의 18제곱 전자볼트)로 극단적인 초고에너지 우주선(Ultrahigh energy cosmic rays, UHECRs)으로 이론상 가능한 수치보다 5배 이상 크다. 현대 물리학 이론으로는 아무리 강력해도 50EeV를 넘을 수 없다. 우주에는 강력한 우주선을 내뿜는 초신성 폭발이나 감마선 폭발도 50EeV를 넘는 입자가 나올 수 없다. 또한 이 입자의 출처도 모호하다. 에너지가 약한 우주선은 은하 등의 자기장의 영향으로 휘어지기 때문에 애초 출발점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에너지가 큰 우주선은 자기장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날아온 방향을 역추적하면 발생원이 있어야 한다. 아마테라스가 온 방향에는 출처가 될 알려진 천체가 전혀 없으며 은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Local Void)이다. 현대 물리학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라는 발견이었다.”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의 언어이다. 뉴턴은 자신의 물리이론이 시간과 공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에도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의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리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른다. 과학이론은 그 이론이 적용되는 가정과 범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론의 한계를 벗어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해야 한다. 과학자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행동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다는 것은 그것을 입증할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증거에 오류가 있거나 반대증거가 나타나면 그것은 이제 틀릴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이 과학적이길 원하는 사람은 틀릴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과학은 무엇을 아는 지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과학은 무지의 학문이다(과학은 무지의 학문, 동아일보, 2018.8.20.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