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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누가 누구를 용서하는지 묻고 싶었다!

‘서울의 봄’은 너무 추웠다!


1969년부터 시작한 신촌의 ‘훼드라’는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투쟁에 섰던 학생들의 쉼터였다. 조현숙씨가 1973년 인수할 때는 카페였다. 훼드라가 ‘운동권 술집’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70년대 말부터였다. 연세대 동아리 인간문제연구회 학생들이 몰려오고 다른 동아리들도 오면서 일반 손님은 오지 않아 연세대학 ‘운동권 전용 술집’이 됐다. 조현숙씨는 감옥에 간 학생의 모습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


전두환 일당은 1979~1980년 군사반란과 내란을 일으켜 정권을 강제 장악했다. 전방부대를 수도 서울로 이끌고 내려온 군무이탈 등 상상을 초월했던 반역죄의 장본인이다. 중앙청 앞에 있던 장갑차와 군인들의 모습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박정희가 죽고 시작된 ‘서울의 봄’ 시위는 이들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들은 죽는 날까지 큰소리치며 살았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를 주도해 전두환을 국회 증언대에 세웠다. 광주 민간인 발포에 대한 책임이 전두환에게 있음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장태완 전 사령관은 동료 장성들과 함께 전두환, 노태우 등 반란을 주도한 34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1년 뒤, 전원에 대해 ‘죄가 인정되지만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조준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1994년 “이 사건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후세에 맡기고, 사법적 판단은 이번 검찰의 결정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라는 취지로 발표했다. 이 같은 검찰의 결론에 ‘정치적 타협’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여기에 노태우 비자금까지 폭로되면서 여론이 악화 되자, 정치권은 결국 특별법을 만들었고 떠밀리듯 재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1995년 이들 중 16명만 재판에 넘겼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17년을 선고했고, 허화평 등도 징역 4~10년, 한 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의 봄’ 반역자들, 죗값 치렀나?, MBC 뉴스데스크, 2023.12.8.).


그러나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 등의 사면복권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된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석방 및 사면복권을 요청했다. 고작 8개월이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는 관련자 전원을 사면했다. 1997년 말 신우재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 당면한 경제 난국 극복에 국가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수감된 지 2년 만에 풀려났지만, 반성은 없었다(‘서울의 봄’ 반역자들, 죗값 치렀나?, MBC 뉴스데스크, 2023.12.8.).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을 사면해 준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설에 정무수석을 보내서 세배를 하고, 전두환 부부를 청와대에 초청해서 만찬을 하였다.


훼드라를 운영하던 조현숙씨는 83년쯤 치안본부에 강제 연행되기도 했고, 집 전화가 도청당하기도 했다. 87년 6월 항쟁 때는 본부로도 쓰였다. 운동권 정치인도 이곳을 찾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H(연세대 경영)씨는 “훼드라는 연세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신촌 인근에 있는 대학의 70년대부터 90년대 학번들이 살다시피 한 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앞 ‘녹두’, 고려대 앞 ‘이모 집’, 이화여대 앞 ‘목마름’도 시대가 바뀌면서 오래전에 없어졌다. 훼드라는 유일하게 대학가에 남아 있던 학생운동권 술집이고, 조현숙씨는 운동권들의 ‘엄마’였다. 80년대 연세대학 운동권 학생들의 사랑방이었던 술집 ‘훼드라’를 운영하던 조현숙씨가 2010년 세상을 떠났다.


전두환은 군사반란과 반역죄로 대법원에 확정판결을 받은 대역 죄인이다. 그가 수십 년간 큰 소리 치며 살 수 있었던 우리의 현실이 역겹다. 게다가 누가 누구를 용서한단 말인가. 반역과 반란죄를 저지른 자는 반성 없이 큰소리치는데 누가 누구를 용서한단 말인가. 어떻게 용서한단 말을 하는가 한번은 물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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