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레위기 20.13.)에 보면 “남자와 남자가 관계하면 반드시 둘을 죽이라.”라고 했다. 동성애자를 반드시 ‘죽여야’한다는 명령이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른다면 살인도 용인된다. 또한「레위기」에 나오는 월경중 동침하는 것, 장애자가 교회에 들어가는 것 등도 똑 같이 금해야 한다. 「고린도전서」(6.9.)에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남색 하는 자나”,「로마서」(1.26.) 이하에도 남색 하는 것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할 때 생기는 온갖 죄악과 같은 선상에 두었다. 당시에 말하는 ‘남색’은 로마시대의 소아성애를 말하는 것으로 다른 내용이다. 어떤 기독교인은 자신의 동성애적 경향을 발견하고 하나님께 매달리며 자기에게도 이성을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애원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사람도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해서”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혼을 “생육하고 번식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자녀를 낳기 위한 수단인데, 동성끼리의 결혼은 이런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결혼하고도 아이를 못 낳는 사람도 많고 요즘은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한다. 이런 사람도 동성애자처럼 하느님의 명령을 위반한 사람일까.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은 자유이지만『성경』을 근거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성 평등, 동성애, 낙태 등을 반대하여 떠나고 있다(오강남 2019.3.27. 종교너머 아하 경계너머 아하 https://cafe.naver.com/yooyoonjn, 편집).
이런 배경에서 교황청은 2021년 2월 ‘동성 결합은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탓에 축복할 수 없다.'는 교리를 선언했다. 동성 커플 축복이 교회의 교리를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혁파로 분류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된 이후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교회에서 소외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1월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2023년 11월 교황청은 성전환자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교리 해석을 내놓았다. 2023년 12월에는 동성 커플도 사제의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식 승인했다. 새로운 선언문을 통해 옛 선언은 대체됐다. 축복은 신앙을 키우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므로 양육돼야 하지, 저해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 부부가 받는 혼인성사와는 다르다.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서는 안 된다. 성지 순례나 면담 혹은 단체기도 같은 상황에서 동성커플이 청한다면 축복을 해줄 수 있다. 동성 커플을 정당화시킨다는 의미보다 하느님께서 모두를 환영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결혼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를 수정하는 게 아니다. 동성 커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보수적 가톨릭계의 비판이 예상된다.
한국 기독교 주류 교단은 동성애자들을 ‘사랑’에서 제외하고 있다. 제외를 넘어 차별과 혐오, 배제와 폭력을 일삼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랑을 주장했다가는 교회에서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한국의 주류 교회는 결코 동성애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구약성경』(레위기 20.13.)을 따라 “남자와 남자가 관계하면 반드시 둘을 죽이라.”라는 명령을 따를지도 모른다.